#30 내가 '너무 소중한' 시대

전설의 악성, 베토벤 형님의 충고를 들어보겠습니다

by Rooney Kim


소위,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80년대생부터 99년생까지는 대한민국의 산업화 이후, 풍족한 유년기를 보낸 첫 세대입니다. 80년대부터 우리나라의 가정 형태도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바뀌며, 가정에서 ‘자녀’의 위치가 상당히 높아졌지요. 그러다 보니 각 가정마다 자녀는 보통 하나에서 둘 정도, 즉, 자녀가 매우 귀해지면서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은 전 세대에 비해 훨씬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이런 자녀들을 길러낸 부모세대는 전후 세대로써, 그들은 자신들의 부모들에게 제대로 된 자녀 대접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죠. 기껏해야, 집안의 장남 정도가 부모님, 조부모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마저도 집안의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쉽지 않은 시절이었답니다. 그러다 보니 이때 ‘부모의 차별 및 부재, 부족한 관심 등에 한이 맺힌 현, 밀레니얼 세대의 부모들은 ‘내 자식만은 최고로’라는 기치하에 사랑을 몰아서 쏟아붓게 됩니다.



덕분에, 지금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와 경제를 이끄는 지배적인 세대가 되어가는 이들이 사회 곳곳에서 보여주는 행태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나'가 제일 중요한 세대가 이끄는 문화는, 집단을 중시하는 이전 세대와는 판이하게 달랐기에 다양한 갈등과 다툼을 야기하기에 이르렀죠. 이에 오늘은 이 형님의 일침에 우리 모두 조금은 주변을 둘러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주 오랜만에 까칠한 형님을 모셨습니다. 음악의 신, 악성 베토벤 형님입니다.




안녕 친구들,

난 30대 초반에 시작된 청각 장애 때문에 그 이후 살아가는 동안 듣지를 못했는데, 오히려 죽고 나니 온 세상 그리고 천상과 우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 내가 상상했던 소리들, 내 음악, 이 모든 걸 다시 듣고 나니 뭔가 한이 풀린 기분이랄까. 잠깐, 우주에는 공기라는 매개물질이 없어 소리가 없다는 지식으로 날 공격할 이과생이 있다면 잠시 멈추게, 자네, 죽어는 봤나? 그럼 이제 시작하지.


사람들이 하이든, 모차르트 형님이랑 함께 나를 묶어서 고전파 음악가들로 부르던데. 그런데 그렇게 묶기엔 우리의 각자 스타일이 너무 달라. 뭐, 하이든은 내 스승이었는데,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난, 살리에리랑 셴크에게서 성악곡 작법이나 작곡 기법 상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배웠거든. 여하튼 내가 죽은 뒤에 그를 만나 회포를 풀었으니 더 이상의 오해는 없다네. 모차르트 형님은 나와는 또 다른 천재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 아무튼, 내 밑으로 후배들을 줄 세워보자면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바그너, 브루크너 등등 내 영향력은 어마 무시했지.


'나' 어디까지 중요하니?


그런데 난 내가 생각해도 너무 예민하고 까칠했어. 불같은 성격 때문에 주변 사람들도 많이 괴롭혔고 변덕도 심했지. 물론, 사후에 밝혀진 거긴 하지만 납중독 때문에 내 성격도, 내 귀도 그렇게 됐을 거라는 얘기가 많더군. 그 시대는 지금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적이었으니.


아무튼, 나야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성격이 그렇게 됐다고 하지만 요즘 Z세대는 왜 그러는 거야? 자신의 삶? 자아? 물론, 매우 중요하지 그런데 뭐든지 과하면 안 좋다고 밸런스가 무너진 자아실현이나 자기애는 타인에게 해를 끼게 마련이야. 내가 그렇게 살아봐서 잘 알지.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위해가 가해지면 너무나도 쉽게 화를 내고, 반감을 가지고 적대시하며, 충동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거기에 ‘네가 감히’라는 생각과 함께 끔찍한 범죄마저 쉽게 일삼는 요즘 세태를 보자 하니 가관이더군. 그게 과연 진정으로 ‘자아’를 아끼고 가꿔 본인의 중요함을 현실로 드러낸 ‘실현’일까? 좀 과격하고 극단적인 비유였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 하는 말이야.


한 번 주위를 둘러봐. 네 자아가 중요한 만큼 타인의 자아도 중요해. 타인은, 뭐, 사람이 아니야? 자아가 없겠냐고. 너무 ‘자신’에게 과몰입된 삶은 스스로를 우주의 중심으로 만들어버려서 종종 타인을 미개하게 취급하기도 해. 본인을 사랑하고 아끼고, 그래, 다 좋아.


그런데 그 ‘본인’은 타인이 있기에 구분되고, 구별되며, 돋보이는 거야. 즉, 타인에 대한 존경, 배려가 바탕이 된 ‘자아실현’이야말로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거지.



삶은 교향곡처럼


교향곡은 말이야. 관악기, 현악기들의 환상적인 앙상블로 이루어져. 관악기와 현악기 그리고 요즘엔 종종 타악기까지 각자 맡은 바와 길이는 다르지만 교향곡의 구성에서 모두가 중요한 개별적인 ‘자아’들이라는 거지. 그런데 그중 하나가 너무 튀면 어떡해? 밸런스가 깨지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스스로를 아끼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널 아끼기에 앞서, 네 옆의 관악기, 현악기를 먼저 생각해. 그래야 너도 존중받을 수 있고, 진정으로 널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어.


그럼 언젠가는 너의 ‘자아’가 속한 집단이나 사회가 나의 제5번 교향곡인 ‘운명 교향곡’처럼 삶과 운명에 대한 번뜩이는 오케스트라 합주를 만들어내는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거야. 하나만 꼭 기억해, ‘네가 중요한 만큼, 타인도 중요하다’ 알겠어?




[이미지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루트비히_판_베토벤

https://unsplash.com/s/photos/symphony



이전 13화#29 당신이 당신을 위해 해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