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가 꿈인 시절이 있었다.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지상파 방송 3사에 모두 원서를 넣었다.
결과는 뻔하지.
결국,
방송과 아무 관련이 없는 일에 종사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걸 하고 싶다" 라는 사실과
발음이 보통 사람보다 좋았고,
모 방송국 문화센터에서 교육을 좀 받아 발음이 더 좋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잠시나마 아나운서를 꿈꿔온 것이니 가능성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현실을 일찌감치 파악했다.
능력이 부족한데, 노력까지 부족한 일을 계속 꿈꿀 수 없었다.
많은 학생들이 방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한다.
방송국 PD, 연예인 매니저, 연예인.
때론 한국에서 방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한다. 한국 회사에 취직하겠다는 말이다.
한국 방송 관계자와 몇 번이라도 접촉을 했거나 현지에서 한국 방송을 쉼 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시청해 왔으니 이런 꿈을 꾸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들이 꿈꿔온 시간만큼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이 꿈꾸는 직장을 찾아 줄 수는 없어도 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필요는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첫째, 한국어를 더 잘해야 한다.
일상 대화용 한국어와 업무용 한국어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러면 학생들은 대답한다.
네, 알아요.
둘째, 한국의 근무 환경이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너의 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학생들은 또 대답한다.
네, 알아요. 문화 차이가 있어요.
그들은 안다고 대답했지만,
나는 안다.
그들은 아직 잘 모른다는 것을.
닥쳐보지 않으면 정확히 모를 일인 것이다.
그들에게 해 줄 더 좋은 말이 없을까 고민 끝에,
학생들에게 전해 줄 좋은 사례를 찾았다.
2009년, 캐나다 밴쿠버에있는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일할 때였다.
한 홍콩계 남학생은 한국 방송 쪽에 관심이 많았다. 물론 한국 대중 문화 전반에 대해 통달해 있었고, 한국 노래를 흥얼거리며 수업에 들어오기도 한 언제나 즐거운 해피 가이(happy guy)였다.
한국에 들어와 일을 하고 있다는 그를, 얼마 전에 만났다.
그는 한국에서 자신의 관심과 재능을 살려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유투브를 통해 꽤 알려진 인물이 되었는데,
영국 출신의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온라인에서 한국 문화 체험 및 소개 공간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가 동경하던 한국 스타들과 함께 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We Fancy
나는 그의 사례를 저서에 싣기도 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자신들이 체험한 한국 문화 코드를 실제 상황과 설명을 담아 온라인에 동영상으로 올리기도 한다. 캐나다와 영국 출신의 20대 동갑내기 두 남성(Bapmokja & Haeppy)은, 온라인에 한국 문화 체험및 소개 공간인 ‘투플러스투(twoplustwo)’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외국인 입장에서 직접 경험한 한국 문화를 가감 없이 보여 주는데, 실례로 편의점을 방문해서 한국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을 보여 주거나 소개해 주고, 자신들이 사용해 본 물건이나 식품에 대해 알려 주기도 한다. 성형수술이나 시술에 대해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을 위해 성형외과를 방문해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기도 한다. 한국에서 제일 매운 라면을 먹는 방법과 또먹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 준 영상도 있는데, 그 영상에 달린 댓글이 499개다(2016년 8월 28일 기준). 이 중에는 외국인들의 매운 한국 음식에 대한 소견부터 한국 관련 내용인데 왜 영어로만 이야기하고 자막도 영어냐고 묻는 질문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있었다. 이 공간은 철저히 외부인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해석한 한국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 줬다는 점에서 경험을 통한 목표 문화 학습 과정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 <<외국어 몰입 학습>> 중 ( Bapmokja & Haeppy는 현재 "We Fancy"로 바뀌었습니다)
나도 그의 유튜브 채널을 자주 방문하는 애독자이다. 그가 보여준 한국은 색다르다. 한국인인데도 "아, 저런 데가 있었나?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애독자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 설명을 덧붙인 방송(2017년 10월 12일) "이자카야 편"은 이미 조회수가 2만을 훌쩍 넘었다.
8년 전 그를, 캐나다의 한 대학의 한국어 교실에서 만났다. 초급이었던 그의 한국어는 현재 유창할 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발견하지 못한 한국문화를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일을 할 정도로 문화 이해에도 능숙하다. 자신의 관심사와 재능으로 이국땅에서 역량을 펼치는,
해피 가이(happy guy) 해피(Haeppy).
그는 나에게도 롤모델이다.
"We Fancy" 채널을 소개합니다.
https://www.youtube.com/user/AlexWilliamVarley
* 위의 글은 해피(haeppy)의 동의와 확인을 받은 글임을 밝힙니다. 이름을 '해피(haeppy)'를 사용해 달라는 본인의 요청에 따라 그의 본명은 밝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