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사랑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사실상 우리는 사랑 없인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노라고,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게 되는 날이 대부분이었어. 나 역시 마찬가지야. 사람과 나눈 무수한 감정들 중 단연 사랑을 통해 상처받고 데이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땅굴을 파기도 한다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다시 날 세상 밖으로 이끌어준 건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 알맞은 온도의 밥 한 끼, 무심코 위로 삼게 되는 말마디들, 이런 것들이었거든.
나는 외로워지는 시간엔 너의 필체로 가득한 편지를 꺼내 읽어. 내가 고맙다는 말을 쑥스러워 전한 적이 있던가, 가물가물하다. 에둘러 말하자면 나도 한 번쯤은 너처럼 누군가의 인생에 위로가 되고 싶어. 그래서 쉼 없이 적게 되는 것 같아. 비록 감히 너의 다정을 흉내나 낼 수 있으려나 갸우뚱하겠으나, 계속할 경우 언젠가 언저리엔 가닿는 때가 있을 테지.
네 말을 빌려 사랑에 힘이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 사랑으로 인해 무너진 사람도 일으킬 수 있는 사랑의 힘. 사랑에게 지지 않는 사랑. 이런 걸 믿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야. 그럼 이제 오늘 하루도 무탈하길 바라. 끼니 잘 챙겨 먹고.
추신, 무해한 사랑을 보내.
2024년 9월 18일 수요일
불행의 매 순간 힘이 되어준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