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곁에 있는 상상을 할 때면 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자신감이 넘치게 된다. 다정히 나를 달래는 음성과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에 온화한 마음이 되어 잔뜩 경직되었던 몸을 풀고서 바짝 날 세웠던 신경을 가지런히 정리하게 된다.
너를 기다리는 강아지가 된 것 같다. 마냥 네가 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다. 우리 나중 가서 마주할 경우 서로를 데면데면 시 하거나 서로를 더 이상 열렬히 애정 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면 어쩔까. 나는 너의 어떠한 모습도 받아들이고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단 말은 꽤나 진부하기 짝이 없으려나.
나란히 늙어가고 싶은 사랑이다. 너를 통해 넓어진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네가 나로 하여 가르친 사랑을 아낌없이 마구 나누어줄 테다. 너한테서 배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이제 다른 누군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줄 수가 있겠지. 나는 너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성장을 응원하며 너의 미래를 기대하고 그 안에 나도 그려 넣는다. 너의 손을 꽉 잡는 장면을 떠올리는 일 동시에 와르르 볼링핀처럼 무너져내리는 기억들을 도로 잘 쌓아 올려보려 한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부디 잊지 않고서 네 인생에 힘을 보탤 수 있기를. 서서히 바람이 차니 이불을 준비하고 겉옷을 꺼내 감기 한번 걸리지 않기를.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일이 극히 드물기를 바란다. 훗날 꺼내보며 미소 지을 찬란한 시절 우리의 사랑을 여기 간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