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슬퍼질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에겐 일부러 즐거울 거란 듯이 얘기하고 다닌다. 눈사람도 만들고 호떡도 먹고 붕어빵도 먹으며 신나는 겨울을 보낼 거라고 떠들고 다닌다. 사실상 속내로는 정작 겨울이 오게 될 시 내가 얼마나 슬퍼하리란 걸 짐작하고 있다. 아마 얼어붙은 세상 마냥, 앙상해진 나뭇가지 마냥, 비틀어지고 서러워지리란 것을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아주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난 나에게 최면을 걸듯 계속해서 되뇐다. 빨리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아주 재미있을 거라고.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진짜 속 사정은 그렇지 않다. 매일 헤실 거리는 웃음 뒤로 슬픔을 서둘러 감추고 멀쩡한 사람인 척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며칠 전엔 나를 등졌던 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때 미안했다는 내용이었다. 넌 좋은 사람이었는데 혹여나 자책했더라면 그러지 말라고 자신이 잘못이었다고 정말이지 미안하다 했다. 일순간 메시지와 함께 지난날 힘들었던 과거가 생각이 나 눈물이 불쑥 차올랐다. 그러나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괜찮다고 했다.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한테 좋았던 날들이 있었던 까닭이었다. 남들은 뭐라 한마디 할 수도 있거나 답장을 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던 거 아니냐 한다만, 난 덧붙여 지금 그 사람이 힘들다면 그 일들이 해결되길 바란다고까지 했다. 진심이었다.
되돌아보니 대부분 날 떠난 사람들은 다시금 내게로 돌아왔다. 그 상황이 똑같이 벌어진 건가. 한편으로는 내가 좋아했던 인물에게 나쁜 기억으로 남진 않겠구나, 안도되기도 했다.
근래는 떠나거나 떠나보내는 사람이 없다. 다들 아낌없는 사랑을 준다. 부족함 없이 넘치도록 나를 아껴주는 이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 이렇게 과분한 애정을 받아도 되는 건가 싶어진다. 그리고 이 와중에 난 혹여나 이들을 실망시키는 일을 저지르진 않을까 조마조마한다. 최근 도로 버릇처럼 무척 가까워질 경우 미리 이별을 생각하여 마음이 서걱거린다. 그렇지만 관계에 대해서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란 조언에 그러기 위해 본인을 다잡는다. 어쩌면 그동안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을 했던 건, 전부 나를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부족하고 서툴고 때때로 감정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굴기도 하는 사람이다. 이 부분은 줄곧 인지하며 살았다. 그렇기에 좋은 사람이 되려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나 삐끗하는 순간들이 빈번하다. 하지만 계속해 보려 한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되기로 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보고 있을 당신도 부디 그러기를 바란다. 감기 조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