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한해요. 당신은 없는데 세상은 잘 굴러가요. 똑같이 밥을 먹고요. 헐레벌떡 출근버스를 타려고 뛰쳐나가요. 평소 사람들과 어울리며 웃고 떠들고 잘 하고요. 일을 하다가는 늘어지도록 하품을 하고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요. 게다가 간혹 유머러스한 사람이라는 칭찬도 받습니다. 본래도 나, 누군가를 웃게 하는 일에 진심이었잖아요. 못생겼다는 소리보다 재미없단 소리가 더 싫다 할 정도로요. 이런 말을 하면 당신이 장난스레 내 볼을 쭈욱 옆으로 잡아당기곤 했었는데.
여하튼 간에 보통의 날들을 살아요. 더 이상 새벽에 뒤척이지 않고. 끼니를 거르지도 않아요. 청승맞게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엉엉 울지도 않고요. 대체 이전엔 왜 그랬나, 멋쩍어지는 바람에 뒤통수를 쓱쓱 문질러요.
당신은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지 않을게요. 궁금해하는 짓조차 하지 않을게요. 내가 당신에게 새로운 상처가 되었으면 어쩌나, 고의는 아녔다고 주저리주저리 설명하지도 않을게요. 꽤나 변명스럽다고 여길 수도 있는 노릇이잖아요. 절대 그런 건 아녔는데 말이에요.
당신 마음에 들고 싶어서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구구절절 늘여놓자면 너무 치사하기 짝이 없지요. 영상으로 찍어둘 걸 그랬어요. 내가 당신을 세상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사랑하고 있단걸, 증명할 수 있는 장면들을 녹화하여 담아둘 걸 그랬어요. 만일 그랬더라면 내 사랑이 조금은 덜 억울해졌을 수도 있겠네요.
아무도 오지 않는 텅 빈 공원 벤치에 앉아 지난 추억을 회상해요. 이토록 선명한 순간들이 전부 옛일이라니 믿기지 않아요.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라는 게. 당신과 내가 같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 다시는 마주칠 수 없다는 것이. 아니 설령 우연히 만난다고 한들 모르는 사이 마냥 스쳐 지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고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재잘 재잘거렸던 사람이, 이젠 뭐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네요. 우린 한때 열렬했고 당연했으며, 그렇게 남이 되었습니다.
결국엔 뭐가 그다지도 미웠나요. 무엇이 우리를 갈라지도록 만들었나요.
기억도 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