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화를 걸어도 될까요

by 주또

당신의 눈을 똑바로 마주할 수가 없어요. 한여름에 열병을 앓듯 얼굴이 수시로 붉게 물들어요.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 바보 같은 말만 주야장천 떠들고서 어버버 걸려요. 귓가를 가득 채운 심장 소리는 또 어떻게요. 당신이 지금 어떤 톤으로 내게 대답하고 있는지 집중이 잘 되지를 않아요. 그렇기에 내가 매번 헛소리를 하는 모양이에요. 당신한테 이런 나의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그래요.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말이죠.


먼발치서 바라봐요. 괜히 알짱거리다가도 막상 말을 걸어오려 할 때면 우다다다, 달려가고. 정말이지 못나기 짝이 없어요. 당신 같이 완벽한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줄리 만무해요. 난 그런 당신에 비해 한없이 부족하고 내세울 면 하나 없는걸요. 매일 밤마다 두 손을 모아 기도까지 해요. 당신이 나를 좋아해 주는 상상을 밥 먹듯이 해요. 친구들을 만나면 당신 얘기밖에 안 해요. 친구들이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라며 이젠 당신 이름만 나와도 몸서리쳐요.


당신의 일상을 알고 싶고 나의 일상을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약속한 자리가 마무리되고 난 뒤, 집에 갈 시엔 어김없이 무작정 통화를 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그럴 용기도 없으면서 번호를 몇 번이나 적었다, 삭제했다가를 반복해요.


달이 예쁘게 떴다는 멘트는 너무 구식이 되어버렸죠?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사이라면 얼마나 좋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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