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꿈을 내리 꾸고 난 후라든가 암만 약을 먹는다 한들 좀처럼 몸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말이에요. 어김없이 당신이 주었던 사랑에 침잠하게 되는 거예요. 당신은 단 한 번도 나를 혼자 둔 적이 없었어요. 아무리 다투고 언성을 높였다 한들 곧장 풀기 위해 노력하곤 했죠. 게다가 일말의 오해도 생기지 않도록 세세하게 본인이 느낀 감정을 말해주곤 했어요. 현재 본인의 상태와 고민거리들도 빠지지 않았지요. 덕분에 나도 덩달아 그럴 수 있었던 것도 같네요.
난 아직도 당신의 그런 면은 내게 참 잘 맞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딜 가도 이제 당신 같은 인물은 없을 거예요. 기대도 하지 않아요. 누군가를 기대하는 일은 실망을 기다리는 일과도 같잖아요. 당신 역시 나와 맞는 점들이 다분했으나 결국엔 안녕을 말하게 된 것과 비슷하게요.
한데 난 우리가 이렇게 될 거란 걸 애당초 알았어요. 분명히 알고 있었으나 기를 쓰고서 모른체하고자 했을 수도 있어요. 당신과 함께 있으면 자꾸 슬펐거든요. 즐거움과 동반되는 슬픔을 무시하기엔 꽤나 그 강도가 컸거든요. 왠지 현재 우리가 과거가 될 거란 느낌 있잖아요. 훗날 내가 지금 이 순간을 미친 듯이 그리워하게 될 거란 예감 있잖아요.
오늘날의 난 누구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내 사랑이 다른 누구한테 부담이 될 듯하여 주저하게 되어요. 망설이게 되고요. 난 당시 어떠한 불행도 감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거든요. 당신을 가질 수만 있다면 말이에요. 그런데 이제 와 되돌아보니 난 정말 당신을 위해 모든 걸 버릴 수 있었나, 싶어요.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정말 좋고 같이 있고 싶었으나 과연 영원을 약속할 의지가 넘쳤었나, 해요. 모쪼록 사랑엔 답이 없고 말없이 이별했으니 오죽하겠냐고 되묻는 아홉시입니다.
힘들었어요. 기대어 울 곳이 필요했고요. 무슨 상황 때문이 아니라요. 그냥 그동안 쌓여왔던 감정들이 제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때 한 번씩 터져 나오는 울음 같은 거 있잖아요.
뭐 하고 있나요. 당신의 일상을 짐작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