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면 멀어질 것 같아서 마냥 바라보기만 해요. 당신과 나눈 모든 말마디들을 다시금 곱씹으며 한차례 나를 향한 사랑이 숨겨져 있진 않을까, 혼자 의미 부여하며 멋대로 오해해요. 당신의 작은 움직임에도 화들짝 놀래거나 귀여움에 오두방정을 다 떨거나, 혹은 설렘에 몸달아해요. 어쩌다 당신이랑 손끝이 닿을 땐 그게 꼭 세상 전부인 듯 온몸에 전율이 올라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당신에 관한 글을 되게 많이 끄적였거든요. 핸드폰에도 그렇고 일기장에도 그렇고 남몰래 매일을 적어내렸어요. 내용은 보면 되게 지질하기 그지없어요. 홀로 좋다고 했다가 이젠 안 그럴 거라고 하다가. 시인이 따로 없고요. 드라마 속 주인공이 따로 없어요. 본인이 하는 사랑이 가장 처절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도 같아요. 하지만 이토록 숱하게 적은 낱말은 결코 전해진 적 없어요. 편지에 쓰인 단 한 줄도 당신한테 읽힌 적 없다는 게 참 애처롭긴 해요.
당신을 좋아하는 건 지구상에서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데요. 사랑은 자꾸 길을 잃는 모양인지, 주파수가 틀려먹은 모양인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네요.
당신은 어떤 사랑을 받고 살아왔나요. 어떤 이들을 만나 어떤 미래를 꿈꿔왔나요. 당신을 가져본 이들이 몹시 부러워요. 새삼 일면식도 없는 인간들이 미워지기도 하고요.
나도 당신 손을 잡고 걸어보고 싶어요. 날이 좋다며 꽃구경도 하고 싶어요. 흐드러지는 꽃잎 아래 볼을 맞대고서 사진도 한 장 남기고 싶답니다. 다들 연애를 한다고 자랑을 해요. 그 사이에 끼어서는 당신과의 사랑만을 상상하는 내가 미련한가요. 친구들은 입을 모아 포기를 재촉하거든요. 대답 없는 사랑을 할 시간에 서로 오가는 사랑을 할 궁리를 하라고 보채요.
한데 어떡하나요. 난 원래 뭐든 하나에 꽂히면 오직 그것뿐이잖아요. 다른 건 아예 관심 없고 이 세상에 당신과 나, 단둘만 남겨진듯해요. 당신 빼곤 죄다 흐릿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