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가장 싫은 건, 변해버린 우리의 마음이란 걸 말하지 않았다.
그 애의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이 싫었다. 그 애가 컵을 들기 전 한숨을 먼저 내쉬는 모양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애가 의자를 끌며 일어서는 것도, 그 애가 굳이 나란히 걸을 때 보폭을 넓히는 점도 전부 미웠다. 그 애의 부정적인 말버릇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 애는 내가 울 때 더 크게 울었는데, 내가 울지 못하게 막는듯하여 언짢았다. 그 애랑 마주 보고 앉아 마지막으로 마셨던 음료는 복숭아 아이스티였다.
여기에 샷 추가해서 마시면 맛있대, 식의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고서 이별했다.
이별의 이유는 딱히 없었다. 서로 질린 것도 같았고 지친 것도 같았다. 뭐, 둘 다 얼추 비슷한 의미인가. 무한히 사랑할 거라 했으나 사랑이 끝났다. 사랑은 무한할 수 없었다. 유한했다. 분명 사랑의 총량이란 없는듯하였는데. 희한했다. 이마를 짚을 때마다 되살아나는 그 애의 체온이 시끄러웠다. 우리는 똑같은 방향으로 걸어왔지만 헤어질 땐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각자의 길로 갈라섰다.
생각보다 별것 아닌 이별이었다. 하기야 우리의 만남도 특별할 건 전혀 없었다. 그 애는 어렸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만일 조금 더 나이를 먹고서 마주했더라면 달랐을까. 사실상 이러한 가정을 하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짓이긴 했다. 언제 만났든 간에 우리는 필히 헤어졌을 것이다.
아쉽지 않았다. 슬프지 않았다. 단지 허전했다. 며칠 굶은 사람 마냥 속내가 허했다. 입고 있는 바지의 허리춤이 헐렁거릴 지경이었다.
그 애의 하얀 피부가 어른거렸다. 핏줄이 다 보일 정도의 하얀 피부. 걔는 여름에도 타지를 않아. 희어서 그 애의 이름이 ‘희석’이었나. 헤어지니 별 이상한 걸 다 갖다 붙였다.
여름이 한창이었다. 온몸에선 땀방울이 땀줄기가 되어 줄줄 흘러내리는듯했다. 끈적거렸다. 찝찝했다. 집에 얼른 가서 씻어야지, 하며 이마 위로 자꾸 손바닥을 얹었다.
우리는 만나지 않을 거였다. 우연히라도 말이다.
솔직히 가장 싫은 건, 변해버린 우리의 마음이란 걸 말하지 않았다. 더 이상 나를 빤히 바라보지 않는 그 애가 싫었고. 더는 그 애의 동선을 쫓지 않는 내가 싫었다. 우리는 우리가 싫어져 이별하는 거일 수도 있었다.
“근데 누가 차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