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눈물 대신 땀방울이 흐르는 건가

진짜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될 순 없는 걸까.

by 주또

친구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온 밤. 아파트 단지에서 모기를 한방 더 물렸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는데. 오늘 아침 출근을 하여 퉁퉁 부어있는 팔을 보고서 놀랐더란다. 씻고 누우니 벌써 열한시가 훌쩍 넘었다. 하필 왜 오늘은 목요일이었을까. 내일이 주말이 아니란 사실에 살짝 절망감이 몰려온다. 인생이 내 뜻대로 절대 굴러가주지 않는 근래엔 울적한 생각들만 더더욱 짙어진다. 무탈하고 싶어 고양이 발자국 마냥 조심조심 조용히 지낸다 한들, 어디선가 나를 걸고넘어지거나 어느 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툭 튀어나와 나를 자빠뜨린다.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는 거지. 애당초 잘 살아온 인생이란 건 누구 기준에 맞춰져 있는 걸까. 나도 나를 잘 알지 못하는데 왜 누군가를 통해 판단되고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는 나의 일을, 남들이 평가하는 걸까. 차라리 모기로 태어나 아슬아슬하게 핏방울을 노리다 전기 파리채에 운명하는 편이 나은 쪽이었으려나. 정해진 수명을 미리 알 수 없으니 앞날이 벌써 두려워진다. 과거도 난장판인 마당에 미래마저 그러면 어쩌지. 도대체 무슨 수로 잊어야 할 일들을 잊고 매사 담담해질 수 있는 거지.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시기.


엄마가 매년 여름, 침대에 깔아주는 이불은 굉장히 화려하다. 분홍색에 꽃이 잔뜩 피어있는 무늬. 이사를 오고 나면 좀 더 좋은 일들만 가득할 것 같았다. 한데 좋은 듯하면서도 여전히 무엇으로부터 얽매어있는 것은, 그냥 내 탓인가. 괜히 오래된 이불에게 책임을 돌리고 싶기도 하다. 집은 새것이나, 물건은 온통 예전과 다른 거 없어서. 아직도 덩굴 같은 과거에 칭칭 감겨져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선풍기 소리가 요란했다. “완전히 잊히는 건 없어, 점차 무뎌지는 거지.” 통화 너머로 들려오던 음성. 그러게. 어제 먹은 점심 메뉴도 가물가물한데 예전 일들은 왜 이토록 선명한 거람.


연이어 선풍기를 끄고 자야하나 고민했다.

진짜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될 순 없는 걸까.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3화여름은 이상하고 내 마음도 이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