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이상하고 내 마음도 이상해

여름이어서 가능했던 마음 작용, 무언가가 있었을 테지.

by 주또

이 여름은 무엇을 하며 버티는 것이 좋을까. 오른쪽 손목에 채워둔 머리끈을 늘려 머리카락을 묶는다. 제법 많이 자랐다. 작년 가을쯤, 기분전환을 하겠다고 홧김에 댕강 잘라버린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흘렀음을 머리카락이 자란 길이로 실감하기도 한다. 앞에 걸어가는 두 여학생은 이 무더운 날에도 손을 꼬옥 잡고서 걸음을 옮긴다.


생각해 보면 덥다고 해서 사랑을 막을 순 없었다. 더워도 붙어있고픈 사랑이 있었다. 한여름에도 손을 잡으며 걷고 싶고 틈나는 대로 품에 안겨 빈틈없고픈 사랑. 땀으로 미끄러질세라 더욱더 밀착되어버리고 싶은. 죽어도 좋아,처럼 더워도 좋아, 이런 거.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이상해.” 나는 ‘이상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자기검열이 지나쳤을 적에도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내가 이상한 걸까?’였다. 나쁜 일이 생겨도 세상이 이상한듯했고 좋은 일이 생겨도 예측하지 못했기에 삶이 통틀어 이상했다. 대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상했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이상한 날도 더러 있었다. 나를 좋아하면 ‘왜 나를 좋아하지?’ 싶었고 나를 싫어하면 내 잘못을 찾다가 끝내 없을 경우 이상해졌다. 그 외에도 이상하다는 표현은 종종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명확하지 않은 꿈을 꿨을 때도 이상했고 애매한 날씨마저 이상했다. 이렇게 보자니 가장 이상한 건 어쩌면 내가 맞을 수도 있겠네, 고개를 휘휘 저었다.


여름의 제일 이상한 점을 꼽자면 사랑이 시작되기 쉬웠다. 것도 굉장히 열렬한 마음. 여름에 빠진 사랑은 오래갔다. 몇 해를 걸쳐 아득히 먼 여름이 되었을 시에 비로소 놓아줄 수 있을 정도였다. 때문에 여름은 더위에 취약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계절이었으나 한편으로는 제일 설레는 계절에 속했다. 근데 하필 여름에 사랑을 하게 되니 불편해지는 순간이 잦았다.


예를 들자면 마냥 예쁘게만 보이고 싶은데 땀이 많은 터라 애써 꾸민 얼굴이 엉망이 된다든가. 자신에게서 땀 냄새가 날 듯하여 유난스레 신경을 기울인다든가. 향수를 얼마나 뿌렸는지 모르겠다. 최대한 움직임을 적게 하고자 걸음을 느리게 한 적도 있었고 상대방보다 한 시간은 더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해 먼저 땀을 식히고 모양새를 정리한 적도 있었다.


이토록 여름은 망가지기 쉬운데, 왜 사랑도 성큼이었을까. 높아진 온도로 인해 체온 역시 상승해서였을까. 내가 지금 부끄러워서 두 볼이 발그레해진 것인지 저 사람으로 인해서인지 혼란이 오기 쉬워서였을까. 우스갯소리로 친구한테 “여름엔 사랑 같은 거 하는 거 아니야.” 했었다만 남몰래 여름 사랑을 주로 했다. 여름이어서 가능했던 마음 작용, 무언가가 있었을 테지.


“하여간 이상해.”

얼음을 와드득 씹었다. 어금니가 시리다 못해 얼얼했다.

흘깃 본 머리끈이 머물렀던 오른쪽 손목엔 선명한 자국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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