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신 뒤, 웃음 짓는 사랑
당신과 하는 촌스러운 사랑도 재미있다. 대단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신 뒤, 웃음 짓는 사랑이 편안하다는 걸 느낀다. 값비싼 목걸이나 치장하기에 좋은 물건들이 오가지 않아도 좋다. 싸구려 물품 하나 선물이랍시고 쑥스러운 기세로 앞서 건네고 나면 ‘이게, 행복이겠구나’ 온 마음이 가득해지는 충만함을 만끽한다.
당신이랑 하는 말들은 정말이지 유치하기 짝이 없다. 가령 ‘우리, 이 정도 돈은 모아야 하지 않을까?’ 라든가 ‘어떻게 해야 결혼을 할 수 있을까?’도 아닌, 다이소에서 구매한 5000원짜리 인형을 가지고서 상황극을 하고 트럼펫을 부는 시늉을 하기 바쁘다. 아이 같은 천진함에 덩달아 미소를 띤다.
어디든 갈 수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도 사랑할 수 있다.
감정 기복이 심한 나를 달래는 손길에서도 애정이 묻어난다. 한숨소리와 동시에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귀에 꽂아주는 다정을 받아내고 있자면, 오래 꾼 꿈결같다. 어느 날은 문득 선잠처럼 서러워지는 탓에 엉엉 울어버리기도 한다만, 가타부타 할 것 없이 결국엔 품속이다.
포부라고나 할까. 당신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잘되고 싶다. 성공이라는 걸 하고 싶고, 당당하게 곁에 있고 싶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당신이랑 오래된 자동차를 타고서 달리는 상상을 한다. 그때 가서도 여전히 당신의 눈동자가 반짝일 수 있으려나?
쿠킹호일에 싸인 김밥을 하나씩 집어 우물거리며 나태해진다.
그간 고집해온 모든 규칙들을 잊어버려도 괜찮다.
겨울엔 함께 털 모자를 뒤집어쓰고서 장갑도 끼고 목도리도 한 채, “눈이 펑펑 오는 곳으로 떠나버리자”라고 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