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시선 14
지나간 흠집에 관해 쓰고 싶은 충동이 일었는데, 아침 내내 첫 문장을 생각하다가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로 이어가다가 숨이 가쁘고 쏟아지지도 않을 눈물이 딱 눈 밑까지만 차오르고 또 멈추는 게 느껴져서, 그만뒀다. 쓸 수 있는 사람을 그래서 존경하고 얼마만큼 삼킨 후에 저 폭풍이 멈췄을지 나는 감히 가늠할 수가 없다. 마음으로만 박수를 보내고 그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를 가만히 만져보면서 길이 된 곳을 눌러 보면서 숨을 쉰다. 고맙다고.
누구에게나 정말이지 그 누구에게나 자기 몫의 그림자가 있는데, 나는 내 그림자를 보이는 곳에 내다 널면 이제 얄팍하게 빛나는 나도 같이 없어질까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겁쟁이였고, 그보다 펄럭일 줄 알았던 그림자가, 무슨 그까짓 걸로, 하며 충분히 어둡지 않다고 패대기쳐질까 그걸 다리고 포개 마음속에 보관하는 멍청이였다. 나는 괜찮다고 언제 말할 수 있게 될까. 몇 겹으로 덮어쓴 가면이 조금 더 두꺼워질 때?
Se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