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시선 17
출구로 들어서 몇 번의 계단을 내려가 카드를 찍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내가 타야 할 방향을 눈으로 확인하고 길에서 하던 생각을 마저 하며 플랫폼에 막 발을 디뎠는데, 반대 방향에 정차한 열차에서 마침 우르르 바쁜 사람들이 내려 한꺼번에 물소떼처럼 나를 향해 다가왔다. 사람들에게는 내가 저쪽으로 서둘러 갈 필요도 없이 천천히 가기만 하면 된다는 사정 따위를 살필 여유가 없을 테니 누구라도 나를 번거로운 장애물로 여기지만 않았으면 했다. 나는 그 무리 가운데서 부딪히지 않으려고 덜 방해되려고 머뭇거릴 뿐이었고 거의 몇 발자국 옮기지 못했다. 계단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나는 그제야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내가 가야 하는 쪽으로 걸어올 수 있었다. 그리 길지도 않고 그리 별일도 아닌 예사로운 시간 동안이었는데 나는 이 찰나가 너무나도 내 삶 같고 말았다. 열차에 타고서도 이 씁쓸한 발견이 못내 기뻐 한참 적어 내려가다 고개를 들었는데, 내릴 역을 한참 지나 있었다.
Se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