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시선 19
식목일이었다. 자주 가는 카페로 올라가는 길목에 커다란 화분이 있다. 여기저기 잎과 꽃이 차례로 피어나는 시기, 그 화분에 심긴 앙상한 나무는 여전히 혼자 겨울이었다. 그 앞으로 다가가 회갈색의 마른 줄기와 가지를 들여다본다. 바삭하게 비틀어진 지난 계절의 잎들이 가느다란 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 날은 이미 한창 봄인데 얘는 아무래도 죽은 것일까. 싹이 나올 가능성이 눈에 띄지 않는다. 아래를 보니 둥근 화분의 흙 위로 잔뜩 자라난 풀. 그렇다면 같은 데서 나무만 죽은 것일까. 줄기로 더 가까이 시선을 옮기는데 한편으론 또 살은 것 같다. 솟아난 데라곤 없지만 벗겨진 껍질 틈으로 단단히 느껴지는 건, 삶. 잎이 나오면 좋겠다, 죽은 게 아니니까. 그러고는 발길을 돌렸다. 열이레 지난 오늘 또 여길 왔고, 앙상한 가지 끝을 뚫고 나온 동그란 연두와 초록 잎뭉치를 본다. 알고 있었어, 바라고 있었어. 새삼스레 봄이다.
Seine
(4월 22일 씀.)
『옥상시선』은 다음 주 20화로 완결합니다. 이후에는 다시 긴 글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