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클럽의 서막
토요일 오전 11시, 집에서 도보 5분 거리의 카페. 반쯤 먹은 크루아상과 플랫화이트를 옆으로 밀고, 오늘의 글을 시작한다. 8월 중순이지만, 아이스로 시키면 두 모금 만에 후회하게 되므로 커피는 따뜻하게. 언제나처럼 우유는 두유로.
오늘은 내가 만든 [글쓰기 모임] 첫날이다. 이런 클럽 활동을 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갑자기 시작됐다.
근래 가장 활발히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는 스레드인데, 어느 날 한 스친(=스레드 친구)이 글쓰기 모임에 가입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때 나는 진득하니 붙잡고 쓰던 가닥을 완전히 놓친 상태였다. ‘글 써야지’ 생각만 오래 품고서. 스레드가 인스타그램과 달리 텍스트 기반이니까 거기 올리는 포스트도 글로 칠 수야 있지만, 그보다 더 긴 호흡으로 쓰는 리듬을 되찾고 싶었다.
‘쓰던 가닥’이라고 할 만큼 쓴 적은 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있다. 2024년에 개인적으로 중대한 성취라 부를만한 사건이 있었는데, 난생처음 습작 소설 한 편을 완성한 일이다. 작업 기간은 겨울부터 봄까지 약 6개월, 글자 수는 3만 6천 자였다. 나중에 읽어 보니 군더더기가 많아서 1만 자쯤 줄여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한 이야기를 맺어 본 경험은 나에게 무척 뿌듯하고 감격스러웠다.
숏폼의 폐해인지 집중력이 급격히 짧아졌다. 금세 휘발되는 소셜미디어로는 채워지지 않는 만족감도 그립다. 그러니 다시 써야겠다, 나도. 그런 마음이었다.
스친의 글에 ‘(모임에 참여하면) 강제성이 분명 도움 될 것 같다’라는 댓글을 쓰면서, 나에게도 그게 좀 필요하지 않은가 자문해 보았다. 집에서도 얼마든지 끄적일 수야 있다. 그러나 동시에 늘어지기도 너무 쉽지 않은가, 집에서는. 드물게 의욕이 솟는 날에도 분리수거라든지 책상 정리에 손을 대면 반나절이 지나 있는 곳이 바로 집.
그래서 어제 결심했다. 오늘 바로 모임을 열기로. 너무 빡빡하면 버거울 테니 일주일에 한 번, 주말 오전 카페에서 모이자. 초반에는 자유 글을 쓰고 차차 주제나 형식을 정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어젯밤 침대에 눕는데 첫날이라 그런가 긴장도 좀 됐다. ‘내일 늦지 않게 일어나야지.’ 하고 알람을 맞췄다.
아, 잠깐 고백하자면 참여 인원은 나 한 명이다.
집 밖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큰일인데 사람까지 만나면 탈진할까 봐서. 그런데 왜 모임이냐고? 그야 내 갖가지 자아를 최대한 모았으니까. 누가 뭐래도 엄연한 모임이다.
오늘의 글은 가볍게 여기까지 써야겠다. 커피 향 맡으며 펜을 쥐고 있으니 기분이 좋다.
Seine
이미지는 글쓰기 모임 마치고 카페에서 그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