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지우는 옛집 문턱 앞을 서성였다. 고개를 슬쩍 들이밀고 살피니 공사 현장은 분주했다. 지우가 두리번거리다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 뻥 뚫린 대문을 넘었다.
"안... 안녕하세요."
반장님과 의견을 나누던 진서가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중단발의 여자가 불쑥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내민 손이 달달 떨리고 있었다. 작업 반장은 헛기침을 하고 먼저 집안으로 향했다.
"지우씨, 맞죠?"
안전모를 쓴 진서가 싱긋 웃었다.
"아, 네... 한지우...예요."
지우는 엄마 찾는 염소처럼 목소리를 떨었다. 누군가에게 본인 소개를 하는 일이 오랜만이었다. 입밖으로 내민 이름마저 낯설었다.
"이거... 선물이에요. 비싼 건 아니고... 제가 만들었어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건넨 기억도 아득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각종 서류들을 제출하고, 끝없이 거절당했던 기억. 그 기억은 선물을 보내는 행위조차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긴장이 되는데 다큐 촬영용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카메라를 의식하자 등에 식은땀이 났다.
"선물? 이런 거 내가 또 좋아하는데. 으하하. 고마워요."
진서가 반색하며 상자를 받았다. 그제야 지우의 얼굴에 안도감이 피어났다.
"지금 열어봐도 돼요?"
지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서가 바로 상자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사각형으로 접힌 천이 들어 있었다. 진서가 상자에서 천을 꺼내 접혀 있는 부분의 한쪽 끝을 잡아 펼쳤다. 세로로 긴 파스텔 톤의 조각보였다.
"와, 예쁘다. 직접 만들었다고요? 파는 거 같은데?"
모양도 색도 다른 조각들이 모여 어우러진 천이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렸다. 햇살이 은은하게 투과하여 우아하기까지 했다.
"고마워요. 서까래나 툇마루랑도 잘 어울리겠어요. 나중에 인테리어 할 때 꼭 사용할게요."
진서가 환하게 웃자 지우는 울컥했다. 얼마만의 칭찬일까.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은 또 얼마 만일까. 마음 한구석에 있던 응어리가 튀어나와 심장을 두드렸다.
흔들의자에 앉아 바느질로 조각 천들을 기우며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생각했다. 남 부럽지 않게, 아니, 오히려 모범생으로 남들에 비해 잘 살아왔다고 믿었던 시간들. 그 시간들은 취업 시장을 거치며 번번이 부숴졌다. 대체로 잘 풀리는 인생이었기에 처음 맞는 좌절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던 걸까.
전교 1등, 과탑, 장학금. 화려한 수식이 함께하던 시절, 차곡차곡 쌓아 올린 모든 것들을 보이지 않는 조각칼이 야금야금 깎아냈다. 자존심이 기우뚱하더니 어느 순간 자존감까지 와르르 무너졌다.
구직활동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책과 후회가 뾰족하게 마음을 찔러댔다. 거울을 볼 때면 표정은 어두워져 있었고, 서글픈 눈과 마주할 때면 눈물이 흘렀다.
또 다시 불합격 통보를 받은 그날, 머릿속을 채운 건 한 문장 뿐이었다.
여기서 무엇을 더 어떻게 해야 하지?
쿵. 삶이 내려 앉았다.
모르겠다. 어쩌다 방에 갇히게 되었는지.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근 기억은 없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하루쯤 쉴 생각이었고, 다음날은 계속 잠이 와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런 날들이 이어졌다. 시간의 흐름을 헤아릴 기력도 없이 시간은 그저 흘렀다. 어느 날 엄마의 손에 붙들렸고, 끌려와 보니 용미포였다.
할머니 집에 온 다음에도 바뀐 것은 없었다. 방 안에만 있었다. 방 안은 안전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흘렀다.
흔들의자에 앉고 나서야 알았다. 머리카락이 길었고, 전보다 통통해진 손의 움직임이 둔하다 것을.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있었다는 사실도 그때 깨달았다. 이미 스물 아홉 살이 되었다는 것도.
할머니가 모아둔 조각 천을 기워 내며 무너진 자존감을 한 땀 씩 꿰었다. 수술하듯 손을 놀렸지만 아직 전부 회복되지는 않았다. 곧 서른이 되는데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에 숨이 가빴기에.
지우가 며칠 간의 일들을 곱씹으며 숨을 깊이 들이 마셨다. 그래야만 폐까지 겨우겨우 숨이 닿았다.
"센스가 좋은 거 같은데, 혹시 오늘 바빠요?"
진서가 조각보를 도로 접어 넣은 상자를 끌어안았다.
"어... 아니요. 바쁘지 않아요."
지우의 유일한 일은 흔들의자에 앉아 조각보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제 조각보를 선물했으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던 차였다.
"나 좀 도와 줄래요?"
진서가 씩 웃으며 멍하니 선 지우를 바라 보았다. 지우는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신발 사이즈가 어떻게 돼요? 나랑 비슷해 보이는데. 240? 245?"
"245...요."
"딱이네. 잠깐만 기다려요."
진서가 상자를 툇마루에 있는 깨끗한 나무 판자에 내려 놓고 뒷마당 쪽으로 뛰어갔다.
지우는 옛집의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진서의 뒷모습을 얼떨떨하게 쳐다보았다. 진서의 뒷모습이 사라져 갈 곳 없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 촬영중인 다큐 카메라와 마주쳤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카메라를 등지고 돌아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툇마루의 나뭇결이 눈에 들어왔다. 흔들의자의 질감과는 달랐지만 괜히 반가워 나뭇결을 눈으로 쓸었다. 나무가 지나 온 오랜 시간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자, 여기요. 신발은 이거 신고. 안전모도 쓰고, 보안경도 써요. 새 거니까 걱정 말고요. 툇마루에 앉아서 하면 돼요."
진서가 장갑으로 툇마루를 툭툭 털었다. 어색하게 장비를 착용하는 지우를 진서가 신나게 도왔다. 지우가 신발을 갈아신고 어버버하는 사이 어느새 툇마루를 지나 거실이었다.
"지금 하는 건 목공 작업인데 단열재도 붙이고, 보강도 하고, 그런다네요? 사실 나도 잘 몰라요. 되게 잘 아는 줄 알았죠? 으하하."
진서의 넉살에 지우는 무조건 반사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공사 현장은 처음이라 얼떨떨했다. 새로운 목재를 덧대고 탁탁 박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서 정신이 없었다.
"뭐야. 내가 잘 모르는 거 벌써 눈치 챘어요?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이네? 으하하."
진서는 다시 한 번 특유의 웃음을 짓더니 안방과 거실, 주방을 차례대로 구경시켜주었다. 작업이 한창이라 집이라기 보다 집의 형태로 가는 무언가에 가까워 보였다. 복잡한 듯 비어보이는 옛집에 새로 깎아낸 나무 냄새가 풍겼다.
"뒷마당쪽에 툇마루는 없애려다 놔뒀어요. 만들어 둔 데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드나들기가 편해요. 뒷마당에 텃발을 만들 건데 상추나 방울토마토 키울 거예요. 텃밭 옆에는 빗물 저장장치랑 작은 창고를 놓을 거구요."
"빗물 저장장치는... 빗물을 모으는 거예요?"
지우의 표정에 빗물을 왜 모으냐는 의아함이 담겨 있었다.
"수돗물보다 빗물이 식물한테 좋대요. 하늘에서 공짜로 물 뿌려주는데 잔뜩 모아뒀다가 쓰면 좋지 않을까요? 다 해보는 거죠. 나도 이런 건 처음이라."
뒷마당을 훑듯이 구경한 진서와 지우는 다시 옛집 안쪽으로 들어와 작은방으로 향했다.
"원래 여기는 방 하나 였는데, 중간에 벽을 세워서 방 두 개로 나눈 거예요. 다시 하나로 합칠까 하다가 말았어요. 뒷마당 쪽 방은 서재로 정했어요. 원래 있던 나무창살을 잘 살려보는 게 목표구요. 흔들의자 다음으로 고치고 있는 물건이거든요."
진서는 스마트폰을 꺼내 지우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허름한 나무창살이 화면에 떠 있었다. 흔들의자를 고친 진서의 손재주라면 나무창살도 새 생명을 입고 살아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멋스러워요."
"기대에 부흥해야 겠네요. 열심히 해봐야지."
진서는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고 다음 방으로 지우를 안내했다.
"이쪽은 앞마당쪽 방인데 기존 창문을 더 크게 뚫었어요. 망치질이 힘들더라고요. 취미방으로 쓸 건데, 아직 내 취미가 뭔지 모르겠네요. 워낙 일만하고 살아서. 이건 좀 별로죠?"
지우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껏 일을 못 구해서 취미를 누릴 수 없었다. 근데 일만하고 사느라 취미를 못 즐긴 사람을 만나니 이상했다. 일만하고 살았다는 진서의 말도 의외였다.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추는 사람처럼 보였는데. 용미포에는 어쩌다 오게 된 걸까?
"이제 밖으로 나가요."
진서가 지우를 앞세워 마당으로 향했다.
"리모델링 끝나면 태양광도 설치할까 해요. 지붕이나 뒷마당에. 어디가 좋을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지우가 곰곰이 태양광이 설치 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했다. 지붕에 설치 하자니 옛집의 경관을 해칠 것 같았고, 뒷마당에 설치하는 건 공간이 부족할 듯 했다.
"뒷마당에 설치하면... 어떤 식으로요?"
지우의 질문에 진서가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지우도 얼떨결에 따라 앉았다. 진서가 체크무늬 남방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 흙바닥에 슥슥 그림을 그렸다.
"이런 식으로? 작은 창고 위에 태양광을 놓는 거죠.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태양광 주차장이랑 비슷하달까? 거기는 차를 세우지만 여기서는 농기구를 놓는거죠."
진서가 손을 멈추고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근데 말하다 보니까 이상하네. 빗물 저장 장치랑 태양광이랑 나란히 놓을 수 있나? 괜찮으려나? 해가 떠야 태양광으로 전기 얻는데, 비가 와야 물을 얻는다. 이상하기는 한데. 뭐, 맑은 날도, 흐린 날도 다 좋다는 거겠지."
진서가 볼펜에 묻은 흙을 후후 불어 털어내고 발로 슥슥 바닥을 밀어 그림을 지웠다. 지우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진서의 마지막 말을 곱씹었다.
"아이구."
진서가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일어섰다. 씩씩한 행동과 달리 추임새가 구수해서 따라 일어서던 지우는 설핏 웃었다.
"환경보호에 동참해 볼까 했더니 어렵네요."
진서가 보안경을 벗어 남방에 끼우고, 안전모를 벗은 뒤 이마에 손바람을 불어 넣었다.
"환경보호를... 좋아하세요?"
지우는 스스로 던진 문장이 어색했다. 환경보호를 좋아하냐니. 그동안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았더니 질문마저 이상했다. 절망감을 느끼며 지우는 보안경과 안전모를 손에 들었다.
진서는 지우에게서 장비를 가져가며 어깨를 으쓱했다.
"요새 미세플라스틱 문제다, 뭐다, 얘기도 많이 나오고, 기후에 관한 뉴스도 많이 나오길래 조금씩 관심 가져보려고 하는 정도예요. 할 수 있는 부분은 해보려고요. 조금이라도 하면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믿으면서. 플라스틱 사용은 많이 줄였는데 물티슈나 지퍼백은 여전히 많이 써요. 줄이기 힘들더라고요, 그 두 가지는."
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얼마전 방을 치울 때 나왔던 일회용품 쓰레기를 떠올렸다. 플라스틱, 캔, 나무젓가락, 비닐봉지 같은 쓰레기가 잔뜩이었다.
"지우씨, 이거 볼래요?"
진서가 안전모 두 개를 팔에 끼우고, 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다큐 촬영하는 건 알죠? 이건 내가 유튜브용으로 만든건데요. 건축 관련해서 영상 찾다보니까 리모델링 과정을 많이 올려 놨더라구요. 도움이 되기도 했고, 이것저것 영상을 보다보니까, 한 번 올려보고 싶기도 하고."
"업로드... 해보셨어요?"
"영상 하나 올린 다음에는 개점휴업 상태예요. 재주가 없나 봐요. 콘텐츠용에서 추억용이 됐어요."
"그... 볼 수 있어요? 만드신... 영상?"
"엉망이기는 해도 어차피 올린거니까 보여줄게요."
진서가 유튜브에 업로드 해둔 영상을 지우에게 보여주었다. 지우는 스마트폰을 양손으로 잡고 진지하게 영상을 살폈다. 5분짜리 영상은 정성이 들어갔으나 산만했다. 스산한 기운이 도는 옛집의 첫모습과 정신 없는 철거과정이 엉성한 편집 실력과 섞여 있었다. 영상이 끝난 후에 지우는 참담한 마음을 숨기며 진서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었다.
"영상을 이것저것 찍기는 했는데 어떻게 편집해서 올려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영상에 욕심은 나고, 실력은 없고, 촬영이나 편집 공부할 시간도 없고, 리모델링하고 나면 쉬고 싶은 생각 뿐이에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부지런한 능력자들인지. 대체 언제 리모델링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거야."
진서가 변명조의 말을 쏟아내고 지우를 향해 으하하, 웃었다. 진서의 웃음은 긴장을 풀리게 하는 버튼 같았다. 지우는 저도 모르게 진서를 따라 소리내어 웃었다. 소리내어 웃는 일이 생소했다.
"지우씨, 편집할 줄 알아요? 전문가의 눈길로 은근히 나 놀리는 거 같은데?"
웃음이 웃음을 자아낸 탓에 지우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아니에요... 놀리는 건... 편집은... 조금 할 줄 알지만... 혹시 다른 영상도 있어요? 편집 아니고... 촬영한 거라도요..."
"있어요. 볼래요?"
"네... 보고 싶어요."
지우가 입가에 옅은 웃음을 머금었다. 진서는 영상이 담긴 폴더를 열어 지우에게 스마트폰을 건넸다.
"여기 있는 게 전부예요. 보고 있어봐요. 난, 잠시만."
진서는 지우에게 말하고 이준을 돌아보았다. 진서가 양손을 꽃게처럼 들고, 브이한 손가락을 까닥까닥 움직였다. 촬영을 중단해 달라는 진서의 신호였다. 이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촬영을 잠시 멈췄다.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었으니 멈춘 척 이었지만.
"이준씨, 내가 콘텐츠용으로 찍던 거 있잖아요. 그거 지우씨한테 맡겨도 될까요?"
이준이 조회수 23회인 진서의 영상을 떠올렸다. 처음으로 영상을 업로드했다는 진서의 자랑에 이준은 시간을 내서 찾아봤었다. 한 번은 호기심, 한 번은 의리로 시청해서 조회수를 25회로 올려준 그 영상을. 말은 안 했지만 영상은 산만하고 소란스러워 집중이 안 됐다. 장면과 장면이 방향성을 잃고 중구난방이었다.
"지우씨가 편집할 줄 안대요. 다큐 촬영하는데 방해 안 되면 부탁하고 싶어요."
이준은 엄지 손톱으로 검지 손가락을 꾹꾹 눌렀다. 진서의 목적이 유튜브 촬영보다 다른 곳을 향해 있는 듯 했다. 지우가 편집을 할 줄 알면 어느 정도 촬영에 대한 감이 있을테니 다큐 촬영에 방해는 안 되겠고, 담을 수 있는 서사가 더 풍성해진다. 흔들의자 이야기라던가.
"괜찮아요. 진서씨 하고 싶은대로 해도."
"고마워요."
진서는 싱긋 웃고 손을 흔들며 지우에게 달려갔다. 다시 카메라에 진서를 담는 이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부디 진서의 유튜브 조회수가 조금은 늘어 나기를.
"마당에는 잔디를 깔 거예요. 여기부터 저기까지. 전부."
진서가 앞 마당의 끝과 끝을 손가락으로 이으며 가리켰다. 지우의 시선이 진서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푸릇푸릇한 잔디가 전원생활의 로망이죠. 어때요? 예쁘겠죠?"
지우도 진서에게 동의하며 잔디가 깔린 마당을 상상했다. 푸른 잔디가 깔리고, 꽃이 핀 마당이 진서와 어울렸다. 승승장구하고, 걱정도 없고, 밝고, 구김 없는 사람. 잔디밭에서 으하하, 웃고 있을 진서가 부러웠다.
같은 용미포에 살지만 엄마 손에 끌려 온 사람과 자기 발로 정착하는 사람은 다르다. 진서는 서울에 집 하나를 마련해 두고, 용미포 옛집은 별장처럼 쓰려는 걸까?
닮고 싶었다. 원하는 걸 가진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웃음을.
"지우씨. 혹시 콘텐츠 피디 자리 부탁해도 될까요?"
진서의 제안이 지우의 귓가에 울렸다.
진서를 화면에 담다보면 그녀의 삶을 조금 더 지켜볼 수 있을 거다. 잡아야 하는 기회였다. 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맑은 날도, 흐린 날도 다 좋다는 거겠지.'
지우는 진서의 말을 곱씹었다. 흐린 날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어쩌면 진서는 흐린 날을 모를 거다. 늘 맑은 날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