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행복하다 답했어
2부. 행복은 미루지 않기로 해
여행지에서는 어쩐지 서로 조금 더 친절해지는 것 같다. 같은 여행자들끼리의 친밀함이나 여행자를 도와주고 싶은 현지인으로서의 순수한 마음일까. 치앙마이에서도 많은 친절을 경험했고 덕분에 아이와 나는 이곳을 좋은 곳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고마운 마음은 곱씹을수록 더 크게 번지고 더 짙어진다.
12월 31일 아침, 우리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출을 보겠다고 호텔의 옥상을 찾았다. 1월 1일 아침 일찍 코끼리 생츄어리를 가기로 한 터라 12월 31일이라는 날짜에 나름의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호텔 옥상에 올라가니 먼저 올라온 유럽 어느 나라에서 온 것 같은 느낌의(아쉽게도 나에게는 외모를 보고 국적을 구분하는 능력은 없다) 노부부가 의자에 앉아 먼 산을 보고 있었다.
나와 아이는 호텔 옥상에서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왔다 갔다 하고 제자리에서 360도 뱅뱅 돌면서 해가 어디서 뜰까, 어디서 뜨는지 잘 모르겠다, 이미 뜬 건데 안 보이는 건가 하며 답도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는 지도앱을 켜서 저 산이 왓우몽 쪽인가 도이수텝인가, 동쪽인가 서쪽인가 하며 뭐라도 알아내겠다는 심산으로 살폈다.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는 내가 조금 우습게 느껴졌지만, 아이는 어디서든 해는 뜰 것이고, 어쨌든 해가 뜨면 보일 거란다. 가만히 기다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니 조급한 마음은 사라졌다.
우리의 모습이 답답해 보였을까? 아니면 혹시 귀여워 보였을까? 노신사분이 우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저 쪽이 해가 뜨는 방향이에요. 나는 이 앱이 있어서 이걸로 알 수 있거든요. 해가 뜨려면 몇 분 더 기다려야 하고요.”
“아 감사합니다. 해 뜨는 방향을 전혀 몰랐어요.”
그분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 둘의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포즈를 잡게 하고, 의자를 하나 끌어와 아이를 번쩍 들어 그 위에 세웠다.
“이러면 더 잘 보일 거야.”
멀리서 빨갛고 작은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건물들 사이에서 얼굴을 내민다. 이곳이 여행지라서 그런지 오래된 건물 사이에서 떠오르는 해도 괜히 멋스럽게 느껴진다. 아이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고 있다. 나도 얼른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다. 해와 달과 별, 불상, 그리고 생일 초와 산타할아버지에게도, 어쩌면 온 우주에 계속 뭔가를 기원하는 마음은 늘 함께 한다. 해는 금방 사위를 밝히고 우리 얼굴도 더 환해진다. 우리는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오늘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부부는 밝은 미소로 화답한다.
친절한 노신사분 덕분에 우리의 2024년 마지막 일출은 더욱 큰 의미가 되었다. 아이가 물었다.
“엄마, 그분은 왜 그렇게 친절하게 한 걸까?”
“어쩌면 우리가 자식 같고 손자 같았으려나? 근데 우리도 사람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
“맞아. 우리도 앞으로 그러자.”
이 마음으로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게 되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