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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Jul 24. 2023

기념주화로 보는 세상:벚꽃- 설렘을 잊지 않는 후회

벚꽃은 3월 말에 피기 시작해 4월 초까지 일주일 정도 절정을 이루다 바람과 함께 순식간에 꽃잎이 떨어진다. 하지만 꽂을 바라본 단 몇 초 만의 시간으로도 설렘은 심장의 고동처럼 마음에 새겨져 있다. 


여름의 더위는 육체의 갈증을 유발하고 시원한 물 한잔에 치유될 수 있지만 지난봄부터 벚꽃과 함께 이어진 설렘은 잘 치유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상대를 보며 설렐 철없는 10대도 아닌데 나는 무엇을 그리워하며 설레는 것일까.


유한의 삶을 사는 인간은 영원한 젊음이 유지될 거라 착각하며 청춘을 낭비하다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나를 쳐다보는 낯선 아저씨(아줌마)를 발견하고는 당황하게 된다. 거울 속 중년의 나는 더 이상 내가 기억하는 젊은 청년의 모습이 아니다. 늙어가는 육체에는 세월의 흔적이 새겨졌지만 엉뚱하게도 마음은 갈수록 어린아이가 된다.


사람은 항상 후회를 한다. 요양병원에서 일하시는 분에 의하면 죽음을 앞둔 많은 노인들이 살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후회하지만 막상 삶의 마지막까지 하고 싶던 일을 할 용기를 내는 분은 거의 없다고 한다. 죽는 순간까지 원했던 일에 대한 그 설렘을 잊지 않는다면 단 하루를 살더라도 후회 또한 아름답지 않을까. 

<일본 벚꽃 시리즈 2023 황동 기념주화>

직장인 또한 회사를 퇴직하면 대부분 엄청난 후회를 한다. 나는 이미 30대에 몇 군데 직장을 거쳐 이른 은퇴를 하고(생각해 보면 월급 루팡이라 잘린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자영업을 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직장을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 않고 시간이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가끔 외로움이 전염병처럼 찾아와 가슴을 우울하게 할 때가 있다. 외로움은 어쩌면 과거에 대한 후회일지도 혹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의 가면을 쓴 모습일지도 모른다. 설렘은 외로움을 몰아낼 특효약이다.


좋아하는 누군가를 상상하면 몇 초 만에 설렘을 느끼는 것처럼 다른 사람을 위한 단 몇 초의 시간이 외롭지 않은 삶을 살게 한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짧은 인사 5초, 누군가 다치지 않게 문고리를 잡아주는 시간 5초.. 이렇게 서로의 조금씩이 모여 오늘의 나는 설렘이 가득한 하루를 살 수 있다.


외로움의 감정 그리고 후회하려는 마음을 버리면 행복하다. 마음의 문을 열고 거리를 걸어보자. 삶에서 설렘을 느낄 기회는 두드리는 자에게 매일 모든 순간 이미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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