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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지털전사 Apr 25. 2024

오늘도 안녕하시죠? 텃밭을 가꾸며 잘못된 만남을 뽑는다

4월에는 상추와 감자, 대파, 우엉, 취나물, 완두콩, 부추를 심었다. 퇴비와 비료를 섞어 땅을 다지고 토질 개량을 위한 석회를 뿌려주었다.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은 후에는 물만 주면 알아서 쑥쑥 자라는 식물은 자연의 축복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은 거짓이다. 물리학의 절대 법칙 중 하나인 에너지 보존 법칙에 의하면 우리가 생존을 위해 소비하는 모든 것들은 에너지 순환 과정에서 거저 받은 것이다. 태양은 핵융합을 통해 빛과 열을 지구의 모든 생명에 공급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지구 중심의 천체관을 벗어나기 힘들었던 고대인들에게 어머니의 품과 같은 태양은 신성한 존재였다.


매일 매 순간 텃밭에는 태양과 비를 통한 축복의 축제가 벌어진다. 한바탕 빗줄기가 쏟아지고 난 후의 텃밭에는 잘못된 씨앗이 잉태되어 싹을 틔운다. 이른바 잡초라 불리는 불청객이다. 혹시나 영양분을 빼앗아갈까 싶어 보는 족족 뽑으면서도 약간의 미안함이 남는다. 


살고자 스스로 싹을 틔운 식물이지만 심은 작물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할 초보 농부의 입장에서는 잘못된 만남이다. 세상에서는 보잘것없는 인간에 불과하지만 이 작은 텃밭에서 나는 잡초의 삶과 죽음을 판단하는 위대한 신이 된다. 그들의 잘못이 아닐지라도 잡초는 가차 없이 가혹한 형벌에 처해진다.


사회에서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상황에 떠밀려 사과를 한 경우에도 심히 당황스러워하다 결국 잠적한다. 그 이유는 마음속 고통이 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자존감이 무너지고 굴욕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친구로 지내거나 교류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존재들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타인이 경험할 고통에는 관심 없고 오직 자신의 패배감만을 두려워하며 사과를 모르는 극단적 이기주의자들.. 의외로 사회 도처에 지뢰처럼 숨어있다 한 번씩은 마추지게 된다. 


혹시 그런 상황에 처할 때 두려워하지 말자. 잡초를 뽑듯 가차 없이 당신의 마음속에서 관계를 지우면 된다. 


텃밭을 가꾸며 잘못된 만남을 매일 마주치는 것 또한 숙명이다. 잊지 말자. 아무리 하찮은 사람이라도 우리는 가끔 신이 될 수 있다. 마치 작은 텃밭의 초보 농부처럼.. 신의 축복을 만끽하는 나와 당신을 소리 없이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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