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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May 19. 2019

'이렇게 생겨먹은 나' 를 받아들이는 일

Feat. 행복의 기원 - 그래서 그런거야, 라는 자기긍정




이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의외로 모든 걸 내려놓은 순간 이후부터였다. 이렇게 말하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연못 속 잉어' 라는 자각이 들었을 때 마음 한켠으로는,


뭐 이렇게 살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안락한 연못 속에서 뭐 그닥 우아하진 않지만 부지런히 연못 속을 유영하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 다들 그렇게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자꾸만 연못 밖으로 아가미를 내밀어 보려고 발버둥 치고, 나에게 어떤 숨겨진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 각종 원데이 클래스를 섭렵하고, 녹록지 않은 직장 생활과 함께 끊임없이 일을 벌일 궁리를 하다 플리마켓을 개최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깨달음을 얻고 의미를 발견하였으니 헛된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변의 지속가능해 보이는(물론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직장 생활을 단단하게 안정적으로, 큰 고민없이 하는 친구들을 보면 진심으로 부러웠다. 부러움에 이어지는 이런 생각들에 괴로웠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것 자체가 '교만' 아닐까?



'교만'이라는 날카로운 단어로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다보면 결국에는 '난 왜 이렇게 생겨 먹었나' 하는 자기부정에 다다르곤 했다. 이렇게 생겨먹은 내가  '이런 나도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따라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조금씩, 느리게 천천히,

이런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나는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만났다.


평생 '행복'을 연구해 온 저자는,

행복은 처음부터 추구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행복은 최종 목표가 아니라고 말했다.


행복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정서적 도구일 뿐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껴야만 했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행복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



이 책을 만난 것이 막 벚꽃이 피기 시작한 올해의 초봄이었다.


조금씩 천천히, 비로소 나는 이렇게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행복해지고 싶어서도, 교만해서도, 행복을 추구해서도 아니고,



그냥 나는 살아있는 한 사람이니까. 살아있는 인간이니까.



그래서 그런거야,

라는 자기 긍정에 다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한동안 마음이 참 편했다.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좀 더 단순하고 둔감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오른다. 그냥 편하게, 조금 덜 생각하고, 조금 덜 고민하며 살면 좋으련만.


그러다 보면 나는 또 왜 이렇게 생겨먹었지, 로 마구 생각이 가다가,


이제는 재빨리 그 생각은 그만 두기로 한다.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다.



벚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올해의 초봄에도 어김없이 그랬던 것처럼,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오듯이.


자연의 섭리처럼 그렇게 나는

‘이렇게 생겨먹은 나’ 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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