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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이팔 Apr 12. 2021

[생각 5] 삐빅. 면역력 바닥 상태입니다.

삶에 필요한 여러가지 면연력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를 완전히 떼어놓긴 어렵다. 의사 선생님들은 항상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얘기하면서,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알면서도 참 어려운 스트레스 관리. 게다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도 제각각이고,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수많은 정답 모래 속에서 내 정답 모래알을 찾아야 하는 그 막막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것이라곤 스스로 씻을 때 정도이지 않을까. 내가 산 샴푸와 바디워시로 개운하게 씻을 때 피로와 스트레스도 같이 날아가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스트레스는 휘발성 물질이 아니었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다 보면 몸에서는 조금씩 이상 신호를 보내온다.



삐빅.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간이 파업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삐빅. 스트레스를 배출하지 않아 호르몬 분비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삐빅. 무기질 및 면역력 바닥 상태입니다. 제발 영양제를 빼먹지 마세요.

삐빅. 본인의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많이 먹어서 장기 하나가 넉다운되었습니다.

삐빅. 과로로 인한 피곤과 스트레스가 쌓여 편두통으로 뒷골이 뽑히고도 남을 지경입니다.



하지만 이런 신호조차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대부분 한 곳이 완전히 무너지고 백기를 흔든 다음에야 병원에 가서 얘가 멀쩡했는데 대체 왜 이럴까요. 장기가 주인 말을 안 들어요. 아이고 배야. 아이고 머리야. 하는 사회인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더해진 코로나 19. 자칫하다간 정신적인 건강까지 잃을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졌다.



몇 주 전, 위에 나열해 놓은 것처럼 한 번 몸이 심하게 파업을 했었다. 아직도 장기님 제발 살아서 정상적으로 움직여주세요 하며 악을 먹고, 파업 후에는 도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파업까지 하게 되셨을까요? 질문하며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파악했다. 되돌아보니 몇 가지 몸의 신호를 무시해서 생긴 파업이었다.



게다가 의사 선생님께서는 과로도 겹쳐진 듯하니 당분간 푹 쉬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예에? 과로요? 그 말씀 저희 사장님한테 꼭 들려드리고 싶어서요. 아까 제 병명과 과로라는 말을 여기 녹음기에 다시 한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런 용기는 없었다.



치료를 병행하며 일을 조정하고, 아직 25%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2021년까지도 되돌아보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건강의 면역력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내가 아직 '사람을 대하는 면역력'이 부족한가 싶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을 제대로 경험한 짧은 3개월이 참으로 고단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뒷통수가 얼얼하다. (할많하않)



나는 내가 착한 사람이 아니라고 자부하고 다녔다. 가끔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본인의 이익을 챙기기도 하고, 내 일이 아니었던 귀찮은 일을 갑자기 떠맡으면 입이 부루퉁 나오기도 했다. 난 착한 사람도 아니고 나쁜 사람도 아니야. 회색 인간 정도? 근데 난 착한 사람 축에 속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계기가 되었다. 적어도 흰색에 가까운 회색 인간 일 거라고.



아직 30대이니 인생길이 구만리 넘게 남았다는 가정하에, 일기를 쓰며 마음가짐을 다시 고쳐먹었다.



평소에 몸의 신호를 잘 살펴야겠다.

차라리 흔들리지 이번처럼 부러지진 말자.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적절히 활용하자.

쎄함은 사이언스이니 더러워질 것 같으면 미리 피해 가자.



사람에 대한 면역력뿐만 아니라 굳이 이름을 같아 붙이면 수만 가지 면역력이 있을 테다. 사랑에 대한 면역력, 요리에 대한 면역력, 기기에 대한 면역력 등등. 나는 아직도 그중 최고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모든 방면의 면역력을 잘 관리하는 혹은 잘 키운 사회인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어떠한 일이 닥쳐도 제일 소중한 건 나 자신이라는 사실도 기억하시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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