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상담을 하면 우울한 학생들을 자주 만납니다. 우울한 학생들을 만나면 눈물짓거나 우울하다고 말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울한 학생 중 일부는 자신이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데요. 상담이나 검사를 통해 학생이 지속적인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울이 왜 생기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좌절경험이 누적되면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사람도 반복적인 좌절경험이 부여되면 누구든지 우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복적인 좌절경험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좌절을 경험하는 영역은 다양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그리 크지 않기에 몇 가지로 분류됩니다.
보통은 가정, 친구, 학교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부모와의 불화 등으로 생기는 가정 내 갈등으로 인한 좌절, 친구관계가 뜻대로 되지 않아 발생하는 대인관계에서의 좌절,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좌절 정도입니다.
문제는 여러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정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스트레스로 인해 성적도 떨어지게 되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아이의 일상생활 대부분에서 좌절을 경험하는 것으로 급격하게 우울한 상태로 빠질 수 있습니다.
다른 경우는 한 가지 영역에서의 반복되는 좌절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친구관계와 성적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학생인데, 부모와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몇 개월 지속된다면 이 역시 반복되는 좌절경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매일 부모와의 관계에서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 이유로 우울에 빠지게 되면 스스로 회복하기 어려운 순간이 다가옵니다. 우울한 학생 중 한 아이는 "처음에는 자고 일어나면 괜찮았는데, 이제는 자고 일어나도 괜찮지가 않아요. 그냥 힘들어요."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로 기분을 조절할 수 있었는데, 반복되는 좌절경험으로 신경전달물질이 고갈되어 버린 것입니다. 기분을 회복할 시간보다 좌절경험이 빠르게 누적되면서 회복할 수 있는 자원은 사라져 버렸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우울감과 무기력감으로 걷는 것조차 버거운 아이에게 주변 사람들은 자꾸 뛰라고 합니다. 학교와 학원을 여전히 가야 하고 학생으로서 본분을 지키는 것을 강조하죠. 그리고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라며 운동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주변의 부모나 교사를 포함한 어른들은 우울의 원인이 마치 학생에게 있는 것처럼 다그치기보다는 공감과 수용를 통해 학생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필요하면 약물과 상담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일단 아이에게는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 줄 한 사람이 먼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