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ind.
가끔씩 땅속으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저런 이유나 상황이 나를 힘들게 하는 때도 있지만, 살다보면 별 이유없이 답답하고 슬퍼지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어른이 되면 내 감정에 잘 책임지는 사람이 될 줄 알았었는데, 나이가 들어도 나 자신의 마음 속을 다스리는 일이 제일 어렵게 느껴진다.
얼마 전, 답답하고 깜깜한 마음 속을 친구에게 메신저로 털어놓았다. 이런 나를 나도 어찌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투정이 대부분인,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친구에게 답이 왔다.
그 속의 한줄이 나를 툭, 건드리고 지나간다.
'너무 잘 지내려구 하지 말구....'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잘 지내고, 이겨내고, 힘내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나보다. 그 한줄의 말에, 마음의 빗장이 풀리듯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면서 나도 어쩌지 못했던 감정들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누군가에게 내 걱정과 고민을 털어놓을 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그저 털어놓고 말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마음이 풀리는 경험을 한다. 상대방이 처세술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서 나에게 이런저런 대안을 제시해주는 사람인 경우보다, 그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인 경우에 우리는 더 큰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심리 상담의 현장에서도 좋은 상담자가 가진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주의를 기울여 열심히 들어준다는 의미의 '경청'이다.
긴 시간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도 공허하고 허탈해지는 대화가 있고, 아주 잠깐의 몇마디 말로도 충분히 마음이 통함을 느끼는 대화의 순간이 있다. 고민이 있어서 이사람 저사람에게 많이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다보면 오히려 더 혼란스럽고 공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때도 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나를 잘 알고 이해해주는 사람과의 의미있는 소통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곁에 나를 잘 아는 사람, 몇마디 하지 않아도 무슨 마음인지 잘 알것 같이 통하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내 삶은 별처럼 빛나지 않을까. 그 빛은 너무 눈부시거나 찬란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에는, 작은 불씨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의지가 되니까.
나는, sns나 메신저로 마음이 가라앉은 이에게 건네는 그 어떤 아름다운 위로의 말보다 '토닥토닥..'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힘내라는 말보다, 객관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날카로운 답변보다 그정도의 도닥임에 기대게 된다. 더도 덜도 말고, 딱 그정도의 따스함이면 위안이 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나에게도 혼잣말로, 혹은 마음속으로 이야기한다.
'토닥토닥. 괜찮아. 너무 애쓰지는 말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