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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어가기.

My mind

by write ur mind

가끔, 화장이 짙어질 때가 있다. 잘 치장하고 곱게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예뻐지려면 잘 감추어야 하기도 한다. 어릴 때는 주근깨도 매력적이지만 사실 나이가 들어 생기는 잡티나 잔주름은 가리고 싶어질 수 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화장으로라도 가릴 수 있으면 다행인데 그것도 잘 안되는 나이가 찾아오는 때가, 슬프게도, 결국에는. 온다.


그렇지만 정작 감추고 싶은 건 생물학적인 노화의 흔적이 아니라 표정이나 인상이다. 반짝이던 호기심이 어린 눈빛이라든지 광채와 싱그러움으로 가득차있던 얼굴빛은 젊은 날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같은 것인가. 쓸쓸함과 체념같은 것들이 얼굴에 채워지는 나이가 온다.

그러한 안타까움과 지친 마음이 얼굴에 새겨지는 걸 안그런척. 하는게 어른의 삶인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관계에서 당당한 척 해야 하고, 사회에서는 강한 척 해야 하고. 상처받을 일에도 의연한 척, 꿋꿋한 척 해야 하고... 내 마음가는대로 다 표현하고 내멋대로 살다보면 철없는 사람으로 치부되기 쉽상이고 손해보는 일만 많아진다. 그래서 자꾸 감추게 된다. 표정으로 속내를 드러내는 일도 감추고, 생각을 모두 다 털어놓는 것도 자제하려고 의식한다. 그렇게 단단하게, 두꺼운 화장으로 얼굴의 잡티를 가리듯, 마음을 잘 감추고 감정을 잘 컨트롤하는 법을 잘 아는 사람으로 살아내기 위해 많이 애쓰게 된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잠시 가면을 벗어내는 시간이다. 두꺼운 화장을 지우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쉴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밝고 씩씩한 척 하느라, 강한척 하느라 애쓰던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나를 온전히 다 내려놓고 보여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도 좋겠지만 가끔은 온전히 혼자가 되어 그 시간 속의 나를 고요하게 내버려두기도 해야하는 것이다. 상대에게 내가 어떻게 보여질까, 내 상황이 타인에게는 어떤 모습일까를 염려하지 않으려면 대상이 있는 것보다 혼자 멈추는 시간이 도움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여행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서점에서 서성이는 시간일 수도 있다. 쇼핑이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취미생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냥 멍하게, 아무것도 안하는 하루여도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이라면 그또한 유용하다.


내 마음 가는대로, 내가 생각하는 걸 그대로 표현해도 괜찮았던 때가 있었다. 가끔 흔들리고 후회할 일들을 해버려도 괜찮아, 라며 툭툭 털어내고 잊고 다시 일어서던 날들도 있었다. 그런데 어른으로 살다보면 그런 실수나 넘어짐에 관대해지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강하고 당당하게, 멋지고 폼나게 애쓰면서 살아가느라 힘에 부칠 때가 있다. 우리는 어른으로 사는 게 아니라 어른인 척. 사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그러니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서 잠시 어린애도 되어보고 약한 마음을 드러내며 울어버리기도 하고, 그렇게 내 얼굴의 화장을 싹 지우고 깨끗해진 얼굴로 잠시 누워있다가 다시 일어나서 나에게 주어진 어른의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에너지를 얻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잠시 쉬어가기를 한 후에는 다시 여린 나를 잘 감추고 씩씩한 어른인 듯 살다보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 꽤 잘해내고 있잖아. 어른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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