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때로는 제자리에서 기다리다보면.

Write my mind

by write ur mind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위해서'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족을 위해서, 회사를 위해서, 또는 일이나 돈, 또는 어딘가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가다보면 지치는 순간은 수시로 온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가 문득, 내가 무언가를 위한 부속품으로 사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거나, 자꾸 부정적인 감정이 쌓여가는 기분이 들 때가 문득문득 찾아온다.


그런 순간, 자기만의 기분 전환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일종의 일탈이거나, 새로운 시작을 해보거나...

그런데 나는 가끔, '잘 지내자!'라는 마음으로 너무 애쓰다가 오히려 그 마음에 내가 지칠 때가 있다. 많은 자기계발서에 나온 것처럼 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인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모든 것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야할 것만 같다고 생각하며 힘내고 또 힘을 내다.... 그것이 또 나를 지치게 하는 것이다. 내 삶을 아름답게, 멋지게, 씩씩하게 변화시키자는 의욕만 앞서다보면, 도리어 지금 현재 상황 속의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현재의 나 자신이 한참은 부족한 것만 같아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나도 감정적으로 지치고, 자꾸만 가라앉는다는 생각이 들 때면 운동이든 공부든, 무언가 새로 시작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의욕을 앞세우며 기분전환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근본적인 내 안의 문제가 잘 해결이 되지 않았을 때, 혹은 내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점검이 없는 상태로 무작정 일을 벌리다보면 금새 지쳐버리고 작심삼일이 되는 경험을 종종 하곤 했다. 그렇게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버리는 나 자신을 스스로 참 마음에 안들어하게 되고, 실망해버리는 상황의 반복이 되풀이된다. 내가 꾀하고자 하는 새로운 변화가 스트레스가 되어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여러가지 상황으로 마음이 가라앉고 지치는 시기가 또 왔다. 어느 새벽, 문득 잠에서 깨어 뒤척이다 일어나서 '나 자신을 위한 일들의 목록'을 한번 작성해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때와는 달리 무언가를 거창하게 시작하기 위한 목표가 아니라, 내가 현재 좋아하는 일, 내가 잘 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나 자신만을 위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았다. 그 목록을 들여다보며 내가 매일매일 하면서 스스로에게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을 골라 매일 조금씩 실천해나가기로 했다. 다 지켜지지 못하는 것에 너무 연연해하지도 않기로 하고, 내가 잘 해나가고 있는 부분에만 촛점을 맞추어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었다.


이렇게 현재 내 상황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상황이 안좋아지면 늘 현재의 나를 부정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몰아세우기만 했던 것 같다. 내 생활의 전반을 다 바꾸어버리려고 애쓰거나, 또는 너무 잘 지내야한다는 생각으로 나에게 스트레스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보다, 내가 잘 해내고 있는 내 삶의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을 하는 것이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보낼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70426_chunchun_9740.jpg


길을 잃었다고, 앞이 안보인다고 헤메이다가 오히려 목적지에서 멀어지기만 할 수도 있다.
때로는 제자리에 멈추어서서 조금 가만히 기다리다보면, 어둠에 눈이 익숙해져서 조금씩 형태가 보이기도하고, 때로는 어느틈엔가 안개가 걷히고 해가 뜨기도 한다.

그리고 어쩌면, 가만히 서서 기다리다보면 지도를 들고 있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에게는 그렇게 잠시 멈추어 서있는 나를 다독이는 것이 때로는 내곁의 사람들이기도 하고, 내게 위안을 주는 책일 때도 있다. 그렇게 나를 이끌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꼭 현재의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부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환하게 켜진 등불이 이미 내 손에 들려 있었음을 몰랐던 것은 아닐까.

나는 이미 등불을 손에 쥔 채로 꽤 많이 걸어왔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결코 헛된 수고가 아니었을 것이다. 여지껏 그렇게 잘 왔지만 가끔은 나를 돌아보고 다독일 시간이 필요한 것 뿐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은 있는 거라고, 지금 이 순간을 어찌 보낼지를 결정하는 건 나 자신이라는 것을 나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keyword
이전 12화내 앞에 서 있는 10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