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rite ur mind Sep 04. 2024

엄마 목소리.

너의 파리 - 이소현.



엄마, 


물론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항상 별일 없어. 


... 별일이 있어도 엄마한테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나 잘 살고 있다고, 걱정말라고 하고 싶은 게 내 마음이야. 


그렇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야. 나는 정말 잘 지내. 내가 그토록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 잘 지내면서 하루하루 파리에서의 생활을 즐기며 살고 있어. 너무너무 잘 살고 있는데, 그런데....

엄마가 내 옆에 없다는 사실만으로 가슴 한켠이 항상 허전하기도 해. 그렇지만 그건 어쩔 수 없잖아? 

내가 그토록 원하던 도시, 너무나 공부하면서 살고 싶었던 이 곳, 파리를 느끼며 행복감과 자유를 만끽하면서 살고 있잖아. 그러니까, 가끔씩 밀려오는 허전함과 그리움 같은 감정들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사실은 말야, 엄마...


엄마는 항상 보고싶어. 

예쁜 노을만 보아도, 센느강에서 반짝이는 윤슬만 보아도, 떨어지는 단풍잎만 봐도 엄마 생각을 해. 다 엄마가 너무나 좋아하는 것들이잖아.


파리 생활이 벌써 3년차로 접어들었어. 그래서 이 곳이 익숙해지고 좋은 곳들을 더 많이 알게 게되면서, 어디를 가든, 엄마가 좋아할만한 장소를 발견하면 엄마 생각을 하곤 해. 


11구에 있는 이 바는 엄마 오면 꼭 같이 가야지.’

‘여기 크루아상, 엄마가 먹어보면 참 좋아할텐데.’...


그렇게 나는 <엄마가 파리에 오면 같이 가야할 곳> 리스트를 만들어놓고 빼곡하게 기록해두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엄마가 오면 내가 진짜, 최고의 가이드가 되어줄수 있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엄마를 보고싶어한 날들이,  하루이틀이 아니야. 


내가 좋아하는 밴드가 엊그제 낸 새 앨범보다도, 더 듣고 싶은게 바로 엄마 목소리야. 


‘소현아~ 일어나.’, 

‘소현아 밥 먹자, 거실로 나와~’ 

'소현아, 씻었니?'


그런 말들이, 그렇게나 그리울 줄 몰랐어. 


파리에서 혼자 지낼 때는 그렇게나 그리운 엄마 잔소리인데.... 여름방학이 되어 집에 와서, 엄마랑 드디어 같이 지낼 수 있을 때는 엄마가 잔소리 조금만 해도 듣기 싫다고 투정 부리는 내가, 참 웃기지.  


엄마. 사실은 말야, 

엄마가 제일 보고 싶을 때는 파리에서 혼자 아플 때였어. 옆에 아무도 없이, 혼자 침대에 누워 아픈 걸 견뎌야 하는 일이 그렇게나 서러운 일인줄은 미처 몰랐어. 엄마가 옆에서 토닥토닥만 해주어도, 배 위에 손만 살짝 올려놔주어도 금방 나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해주는 엄마가 곁에 없으니까, 혼자 울면서 약먹고 잠든 적이 몇 번 있었어.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보는 기분이었는데 많이 힘들긴했던 것 같아. 


엄마, 나는 엄마가 항상 보고싶어.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그리운 사람이 엄마야. 그런데 이런 기분은, 아마 평생 그럴거 같아. 엄마는 원래 나에게는 그런 존재잖아. 내 옆에 있어도, 내곁에 없어도 항상... 그냥 이유없이 보고싶은 사람이 엄마잖아. 


아, 그런데 엄마. 엄마가 이 글을 읽고 마음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는 그만큼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서 적은 글이니까. 속상한 마음이 든다면 그 기분은 털어내줘. 나는 파리에서 행복하고 씩씩하게 잘 살고 있고,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보고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야. 


아무튼 내가 많이 사랑해 엄마. 

항상 보고싶고, 

고맙고, 

사랑해. 


그림: 이소현



여름방학을 맞아 집에 온 소현이의 한쪽 팔에 거무스름한 흉터가 있었다.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학교 과제로 의상을 만들면서 다림질을 하다 실수로 화상을 입었던 흔적이라고 했다. 화상을 입고 몇 날 며칠 물집으로 부풀어올랐다가 다시 가라앉고 흉터가 남는 내내 아이는 연락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넘어져 걷지 못할 정도로 허리를 다쳤을 때에도, 코로나에 걸려 며칠을 끙끙 앓았던 것도 나는 새까맣게 모르고 지나갔다.

소현이는 방학이 되어 나를 만나서야 웃으며 지난 일이라며 이야기를 했다. 아플 때 아프다고, 다쳤다고, 병원에 간다고 이야기해도 되는데... 


"어짜피 멀리 있는데 걱정만 끼치잖아. 그래도 다 나아서 괜찮아!" 


기숙사의 작은 침대에 누워 아파하며 울다 잠이 들었을 나의 소녀를 생각하면,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든다. 그 순간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잘 지내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태평하게 하루하루를 보냈을 내가 싫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막상 알았어도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걱정만 했을거라는 아이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행복한 순간에도, 힘들고 아픈 순간에도 나를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사랑해주어서, 고마워. 나는 그 마음이 왜이렇게나 미안하고, 고맙고, 정말 벅차도록 과분하게 느껴지는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