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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는 아름답지만.

2025년 여름, 너와 나의 파리 - 02

by write ur mind

파리는 아름답다.


고풍스러운 건물들, 저 멀리 보이는 에펠탑의 위엄, 도시 여기저기에 있는 초록빛 공원들, 도시 한가운데를 흐르는 아름다운 세느강.

무엇보다 그 풍경들이 사람들로 채워질때 비로소 완성이 되어 더 근사해진다. 강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문이 열린 식당마다 야외 테라스에 앉아 먹고 마시고 웃고 있는 사람들, 공원 벤치에 앉아 골똘히 책을 읽는 사람들, 지하철과 버스의 사랑스러운 아기들... 그 속에 내가 있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는 순간을, 자주 마주했다.

내가 머물렀던 6월 마지막주부터 7월 첫주의 날씨는 며칠 잠깐 무덥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햇살이 반짝이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너무나도 청량한 날들이어서, 매일 이만보를 걸어도걸어도 지치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여행자의 눈으로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내 아이가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이 도시는 그렇게 낭만적이고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온 시간이기도 했다.

에어컨 따위는 없는게 당연한 건물들, 시도때도 없이 벌어지는 파업과 시위, 맛없는 커피, 거리의 부랑자들, 무시무시한 물가...


꿈을 이루며 간 그곳에서 아이는 현실을 살고 있었다. 그러면서 어른이 되었지만, 안타깝고 안쓰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소현이를 만나 세번쯤 울었다. 나 혼자 운적도 있고, 둘이 같이 운 적도 있고. 같이 속상해하다 해결하지 못한 마음들도 그곳에 두고 왔다.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아이에게는 몇가지 옵션이 있었다. 다른 나라로 가서 새로운 경험을 쌓는 건 어떤지 권하기도 했었는데... 결국 아이는 파리에 남기로 했다.


"파리에 더 있고 싶어. 여기가 좋아. 사람들도 그렇고, 여기에서 더 잘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이의 그 결정 때문에, 나는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를 안쓰럽게만 보지 않기로 했다.


이곳을 살고 있는 네가 만약 그렇게 느낀다면, 멋과 낭만이 있는 사람들로 채워진 이 도시의 아름다움에 반했던, 파리에 대한 내 첫인상이 그렇게 틀린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믿어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그녀를 믿으니까.


+++

소현아, 곧 또 다시 갈게.

이번에도 결국 나는 파리를 많이 좋아하게 된 것 같아.

그리고 ... 무엇보다 그 도시에서 살아내는 너가, 너무 많이 보고싶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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