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든 무언가로 의미를 남길 수 있을까?
유명한 작가의 고전 속 대단한 글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생각을 남길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 세계적인 밴드의 음악을 들으면서는 곡의 구성과 멋진 멜로디 보다 이들은 어떤 대화의 과정으로 이런 곡을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명화를 감상하면서는 붓터치나 기법보다는 그 작품을 그린 예술가의 삶이 궁금해 그의 전기를 찾아보곤 했다.
글도, 음악도, 그림도 결국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기에 나는 늘 창작자의 삶이 어떠했는지와 무엇이 그의 생각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편이었다. 왜 그는 그 작품을 남길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늘 궁금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내가 속한 고등학교 연극반이 우리의 고민과 생각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로 만든 창작극이란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꼈다. 연극반 멤버들의 실제 고민과 갈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대본이 만들어지고, 무에서부터 온전히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린 창작극의 제작 과정이 즐거웠다. 극 중 대사는 실제 우리가 겪은 가족 또는 친구와의 갈등에 대한 경험을 반영했고 이야기를 작품 속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겪어야 했던 상처는 일부 치유되기도 했던 것 같다.
대학교 시절 밴드 동아리에서도 나는 관객들이 다 같이 따라 부를 만한 인기곡을 카피해 공연하는 것보다, 우리의 이야기로 직접 자작곡을 만들고 싶어 했다. 동아리 합주실에서 선배와 동기들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모습들을 모니터링하고 귓동냥과 곁눈질로 함께 합을 맞추어 나가는 감각을 대략 익힌 다음에는 집에 와서 나의 일기를 노래 가사처럼 기록하는 연습을 했다. C, E, Am, D7, G, F처럼 통기타 교본에서 가장 처음 배우는 몇 개 안 되는 코드를 익힌 다음에는 멋진 기성곡을 연습하기보단 운지가 쉬우면서 서로 잘 어울리는 4개 정도의 코드를 반복해서 연주하며 바로 내 일기장을 펴놓고 가사와 멜로디를 붙이는 연습을 하곤 했다.
아주 친한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도 나는 좀처럼 내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캐릭터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오히려 좋아하고 친구에게 고민이 있다면 함께 고민하는 걸 더 선호하는 편이다. 종종 알 수 없는 나에 대해 질문하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나는 이내 상대방의 삶과 일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했다.
이야기는 화자가 살아온 생의 서사이며 경험이고 추억이다. 때론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담아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가 닿기 위해 오랜시간 숙성되기도 한다. 나는 내향인의 대명사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와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어떤 이야기든 누군가에게 작은 의미라도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내 이야기로 만든 무언가로 나는 세상에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