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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번영의 대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by 효문

인간은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고, 이 세상은 성주괴공을 피할 수 없다. 번영하면 필연적으로 쇠하기 마련이다.

토드 부크홀츠는 세계사에서 가장 번영했던 국가들이 분열하고 쇠락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 이유와 원인을 다섯 가지로 꼽는다. 첫째 출산율 저하. 노동력이 절실했던 시대에는 아이를 많이 낳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동과 생산을 노예가 대신하고, 기계가 대신하면 출산율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시작하고 결국 국가의 힘을 약화시키기에 이른다는 것이다. 둘째는 놀랍게도 '세계화'이다. 국가는 무역을 통해 부를 경제를 성장시켰다. 물건을 사고팔고, 일자리를 찾아서 해외로 나간다. 이 과정에서 국가의 정체성은 약화되고, 부는 편중된다. 결국 국가의 쇠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셋째는 달콤한 독약 '빚'이다. 부채가 전혀 없이 경제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줌으로써 미래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건 분명하다. 문제는 빚이라는 건 누군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부유한 국가일수록 더 많은 빚을 지게 되고, 이 부채는 출산율 저하와 맞물려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버지의 빚보다 정부의 빚이 더 위험한 이유는?


"당신의 아버지는 쇼핑 때문에
수백 달러의 빚을 졌습니다.
저희는 당신이
아버지 대신 갚아줄 것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여러분은 정당하게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채무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모두 끝났습니다.
제겐 그 빚을 갚아야 할 책임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아버지의 빚은
그의 죽음과 더불어 사라져 버렸다.
당신은 아버지에게서 눈동자의 색깔,
늘어진 입술, 혹은 억센 사각턱을
유전으로 물려받았을지 모르지만,
그의 빚까지 물려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과 의원들이
나라의 부채를 얻을 때, 그 빚은
그들의 임기나 혹은 삶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그 부채는 스스로 증가하면서 아직 투표권도 얻지 못한 미래 세대들에게
큰 부담을 안긴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렇게 덧분이다. "정부에 돈을 빌릴 권리를 부여한다는 말은 곧 미래세대를 구속할 권리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미래세대는 정부에 이방인과 같다."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은 '사람의 희생은 상대방과 관계적 근접성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620년대 미국 땅을 밟았던 영국의 청교도 순교자들 중 50%는 첫 번째 겨울을 넘기지 못했다. 당시 사망한 사람들은 살아남았던 사람들에 비해 친척의 수가 훨씬 적었다고 한다. 즉 그들을 챙겨주고 지지해 줄 사람이 적었던 것이다. 심지어 다람쥐도 친척들에게 더 친절하다고 한다. 코요테가 나타났을 때, 근처에 형제들이 있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코요테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리려고 애쓰지만, 주변에 낯선 다람쥐들밖에 없는 경우 슬그머니 도망쳐 버린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그리고 위정자들에게 미래세대는 슬그머니 도망쳐도 되는 이방인에 지나지 않기에 그들에게 부채를 안겨주는데 일말의 망설임도 죄책감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번영했던 국가가 분열하고 쇠락하게 되는 네 번째 이유 '근로 윤리의 약화'이다. 뉴질랜드에 어학연수를 갔을 때, 학교 선생님 중 한 명이 몹시도 불만스러워하면서 했던 얘기가 아직도 기억난다. 자신은 열심히 일해서 세금을 내고 있는데, 자기 친구 중 한 명은 우울증을 이유로 세금도 안 내고 자기가 낸 세금으로 놀고먹는다고. 이런 상황이라면 불만은 쌓이고, 신뢰감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근로 윤리의 약화는 빠르게 전염된다.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그러면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사람들은 화가 난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으로 사람들은 서로를 속이고, 일확천금이나 한탕주의에 매달린다. 앞서 나는 2008년도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실제로 롱아일랜드 철도의 ‘모든’ 직원들이 퇴직을 하면서 장애연금을 신청했고, 또한 성공적으로 받아냈다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맨해튼 연방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장애로 인해 서고, 앉고, 걷고 혹은 계단을 오르지 못한다고 말했던 직장인들 대부분이 은퇴 후에 골프와 테니스, 자전거, 에어로빅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이유로 '이민자의 증가와 공동체의 소멸'을 꼽는다. 이렇게 1부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2부 '리더의 자격'에서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로, 터키 건국의 아버지 케말 아타튀르크, 일본 메이지 유신 시대의 지도자들, 코스타리카의 돈 페페,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등을 통해서 국가를 경영하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과 자격을 살펴본다.


알렉산드로스는 통합을 위한 상징 및 상징적인 용어를 선택하는데 대단히 신중했다. 그는 시민과 군인들을 동료라고 불렀다. 이는 그저 형식적인 호칭이 아니었다. 실제로 알렉산드로스는 동료들과 함께 전쟁터에서 먹고 잤으며, 수천 명의 병사들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 동료는 원래 호메로스가 썼던 표현으로, 왕궁에서 일어선 그 젊은이들은 유대감을 느꼈고, 명예 그리고 죽음을 불사하는 책임감을 소중히 여겼다. 호메로스의 작품들 속에서 이들 동료들은 오디세우스와 함께 노를 젓고, 트로이에서 아가멤논과 함께 목숨을 바쳐 싸웠다. 그리고 한 동료가 세상을 떠날 때, 다른 동료들은 그를 위해 영웅으로서 장례를 치러주고, 무덤가를 지켰다. 동료를 잃었을 때, 알렉산드로스는 아킬레스가 파트로클루스를 위해 눈물을 흘렸듯이 크게 슬퍼했다. 바로 여기에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알렉산드로스는 동료들을 떠올리면서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모두가 그의 맹세를 믿었다.


알렉산드로스를 통해서 결집과 존중의 힘을 이야기하고, 아타튀르크를 통해서 종교의 자리에 과학적 지식을 채우는 혁신을 얘기한다. 또 낡은 체재를 허물고 미래로 나아갔던 메이지 유신의 지도자들, 부패한 정권에 맞서 싸웠던 돈 페페와 골다 메이어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저자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운명에 순응하지 말라고. 또 이렇게 덧붙였다. "애국자가 단지 국가에 사랑과 애착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애국주의자는 국가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좋은 것'이라 믿는 사람"이라고. 애국주의자가 되어 국가를 유지하고 혁신해 나갈 때 경제적인 번영은 물론 강력하고 자유로운 발전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한 줄로 요약한다면 이 말이 아닐까 싶다. "경제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그건 위도(latitude)가 아니라 태도(attitud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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