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문 Mar 01. 2024

타인의 취향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도대체 왜?

"이해하기 힘든 타인의 취향이 있어?"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한 후배가 이런 대답을 했다.

"우리 아버지는 대중목욕탕에 가서 목욕하고 나오면, 양말만 신고 탈의실을 돌아다녀요."

후배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왜?"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개운하게 목욕하고 나온 후 수건으로 물기를 닦긴 했지만, 몸이 완전히 마르지 않아서 서둘러 옷을 입기 싫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탈의실 바닥은 왠지 깨끗한 같지 않아서 양말만 먼저 챙겨 신었던 것은 아닐까?' 

혼자만의 추측이긴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니 몹시 이상해 보였던 후배 아버지의 행동이 더 이상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취향은 존중의 영역이다!

한 겨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거나 한 여름에 뜨거운 커피를 마시거나

영하 10도의 날씨에 미니스커트를 입거나 우수경칩이 지나야 내복을 벗거나

일주일 동안 라면을 먹으며 아낀 돈으로 한 끼 오마카세를 먹거나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집콕하거나

오지랖 5만 평을 자랑하거나...


각자의 취향일 뿐이다. 취향은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고, 이해의 대상도 아니다. 굳이 이해하려고 마음먹으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 타인의 취향은 이해의 영역이 아니라 존중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할 수 있든 없든 상관없이 타인의 취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물론 후배 아버지의 경우처럼 이유를 알면 좀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될 때도 있지만, 내가 왜 그런 취향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도 이유를 모를 때가 많다. 그냥 그렇게 하는 게 마음 편하고, 그렇게 하는 게 좋을 뿐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이유를 따지고 들면 난감할 수밖에. (그리고 나이가 들면 저절로 이해가 되는 취향도 있다. 예를 들어서 여름에 뜨거운 커피를 마시거나 우수경칩이 지나야 내복을 벗거나 하는 취향들 말이다.)


왜냐고 묻지 마라!

적절한 예가 아닐 수도 있지만 '깨달은 다음에 어떻게 되느냐'라고 묻는 제자들에게 석가모니 부처님은 이런 말을 했다. 깨달은 다음을 따지지 말고 열심히 수행하라고. 안목이 열리지 않았으니 말해줘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깨달은 다음의 세계를 안들 뭐 할까? 스스로 수행해서 깨달음에 이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을. 복권에 당첨되면 내 삶이 어떻게 될지, 금메달을 따면 내 삶이 어떻게 될지 알면 뭐 할까? 중요한 건 그걸 아는 것이 아니라 복권에 당첨되는 것이고,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어느 쪽에 힘을 쏟아야 할지는 명백하다. 왜냐고 묻는 자세는 너무나 중요하지만, 때로는 지금 해야 할 일에 먼저 힘을 쏟아야 할 때도 있고, 그저 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결론인즉 타인의 취향을 굳이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자.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훨씬 더 중요하다. 독특한 취향을 갖고 있다면 개취존중과 싫존주의(싫어하는 것도 존중해 달라)의 시대이니 미닝아웃(숨기고 있었던 취향을 표출)도 해보자.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이지 않은가. 


[매일 자기 인터뷰]

https://www.instagram.com/hyomoon20?igsh=NXd6eWZvZndkMzc=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