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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문 Feb 23. 2024

오늘 한 좋은 생각은

오만가지 생각 중에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생각을 한다.

아침에 뜨자마자 시작된 생각의 퍼레이드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 계속된다. 밑도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생각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뒤섞이며 그야말로 오만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몇 년 전, 캐나다 퀸스대학의 심리학자들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의 뇌 영상을 분석한 결과 1분 당 평균 6.5번의 생각전환이 나타났다고. 다시 말해서 잠자는 시간 8시간을 빼고 나면, 16시간 동안 6200번의 생각이 뇌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사람이 매일 6천 가지가 넘는 생각을 하면서 산다고? 믿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만히 앉아 명상을 해보면 알게 된다. 자기 안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일어나는지... 


생각의 대부분은 부정적이다. 

오만 가지가 됐든 6200가지가 됐든 우리가 하는 생각의 대부분은 '부정적'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상활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고, 대처하기 위해서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즉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내 성격이 어둡고 우울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는 뜻이다. 물론 지금은 과거와 같이 시시때때로 생존의 위협을 받는 시대는 아니지만,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은 우리 안에 남아서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부정적인 생각은 내리막길에서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작은 눈덩이지만 굴러가면서 순식간에 덩치를 키운다. 부정적인 생각도 마찬가지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점점 악화된다. 악화일로를 걷지 않으면 스스로 생각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도무지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청소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혹은 한숨 자고 일어나자! 자고 일어나면, 달달 끓던 압력밥솥의 김을 뺀 것처럼 마음이 고요해진다.  


오늘의 오만 가지(?) 생각 가운데 '좋은 생각' 하나는 

'채그로 토요아침 독서모임'에 참가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삶의 지혜 가운데 하나는 '마음이 일어났을 때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바로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참가 신청을 하고 책을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혼자서라면 읽지 않았을 것 같은 책을 부지런히 읽고 모임에 참가했다. 결론은? 역시 참가하기를 잘했다. 독서 모임이 끝나고 잠시 이야기도 나눴다. 자기와의 인터뷰가 타인과의 인터뷰로 확대됐다.



채그로에서 아침을!

마포 북카페에서 진행하는 [채그로 토요 아침 독서]는 매주 토요일 아침 7시에서 9시까지 진행된다. 1회 참가도 가능하고, 6개월이나 12개월 단위로 참여할 수도 있다. 처음 참가한 날, 독서모임이 끝난 후 캡틴과 참가자들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위태로운 삶을 자신의 두 다리로 버텨야 하는데
다리 힘을 키워주는 게 책이에요


Q. 독서모임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어요?


캡틴: 살다 보면 다리 후들거릴 때 있잖아요. 위태롭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 다 위태로워요. 그 위태로운 삶을 자신의 두 다리로 버텨야 하는데, 다리 힘을 키워주는 게 책이에요. 독서가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실제로 읽기는 쉽지 않잖아요. 누군가 강제하거나 계기가 있어야 읽게 됩니다. 내가 독서 전문가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지만, 책 한 권 읽을 때 그 한 권을 같이 읽는 사람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Q. 책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요?


캡틴: '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으면 힘이 될 것 같다' 하는 책을 선정해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놓치기 아까운 책,  혼자 읽을 때는 고르지 않을 것 같은 책, 또 제목은 다들 알지만 이번 생에 절대 읽을 것 같지 않은 책을 선정해요. 너무 들쑥날쑥하면 혼란스러워할 것 같아서 첫째 주는 신간, 둘째 주는 문학, 셋째 주는 벽돌 책이나 고전을 선정해요. 혼자서 읽을 엄두가 안 나는 책은 멤버들이 나눠서 읽어요. 유명한 책들 사다 놓기만 하고 10년째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이 많잖아요. 그런 거를 함께 읽으면 독서에 자신감도 생겨요. 그리고 마지막 주에는 역사 과학 철학 심리 재테크 등 특정 분야와 관련된 책을 하나씩 선정해요.


Q. 모임시간이 왜 토요일 아침 7시인가요?


캡틴: 독서모임에 가고는 싶은데 약속이 있어서 빠지고, 일이 있어서 빠지고... 그러다 보면 못 가게 되잖아요. 토요일은 눈 뜨면 10시일 때 많잖아요. 자거나 빈둥거리는 그 시간을 활용하는 거죠. 푹 자는 것도 좋지만, 조금 일찍 일어나서 독서모임에 참여하면 뿌듯합니다. 그리고 많이 피곤하면 독서 모임 끝나고 다시 집에 가서 한잠 잘 수고 있고요.


참가 1: 사실 처음에는 '왜 토요일 아침이야?' 했는데요. 정말 좋아요. 이건 정말 고민할 수가 없는 시간이에요. 토요일 아침 7시에서 9시까지는 누워서 빈둥거리는 시간이잖아요. 그 시간에 독서모임을 하는 거, 너무 훌륭하죠. 매주 올 때마다 생각해요. 정말 너무 이 시간 너무 좋다! 


참가 2: 토요일 아침 7시여서 확실히 의지가 있는 사람들만 참석하게 되고요. 덕분에 소통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여기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게 돼요
덕분에 생각의 폭이 넓어져요

Q. 독서모임을 하면 뭐가 좋아요?


참가 1: 혼자 읽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읽게 되는데요. 여기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게 돼요. 덕분에 생각의 폭이 넓어져요.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뭔가 융합되는 것 같아요. 통합형 인간이 된다고 해야 할까? 하여튼 그렇게 발전해 가는 것 같아서 좋아요.


참가 2: 단순히 책을 읽고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캡틴이 발제를 하고 책에 대한 배경 지식과 인사이트를 가지고 설명을 해줘서 훨씬 풍성하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리더의 역할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독서 모임을 하면서 얼굴이 밝아졌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캡틴: 강제력이 있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책을 안 읽었다고 처벌을 하는 건 아니지만, 모임에 참가하려면 정해진 시간 안에 책을 읽어야 하잖아요. 이런 강제력이 책을 읽게 하는 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잖아요. 책에서 a b c d를 이야기하는데 어떤 사람은 a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d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배워갈 수도 있고요. 자신이 미처 생각지 못한 걸 얻어갈 수도 있습니다.


Q. 언제부터인가 독서모임이 많아진 것 같아요?


캡틴: 사회가 성숙하면서 독서에 대한 요구가 커졌어요. 우리나라 출판 수준도 굉장히 높아졌고요. 예전에는 술 마시면서 친목을 도모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모임이 몸만 버린다는 걸 아는 거죠. 그래서 독서 모임도 많아지는 거 같아요.


참가 2: 우리는 나이도 이름도 안 밝혀요. 물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도 하는데요. 가치관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일하는 분야도 전혀 다른 사람들이 책을 매개로 모여서 의견을 주고받는 게 너무 행복하고, 도움이 많이 돼요.


Q. 캡틴만의 독서법이 있다면?


캡틴: 서당개 3년이면 풍월한다고 하잖아요. 독서모임을 4년 넘게 이끌면서 독서력이 폭발적으로 높아졌어요. '스웨덴식 독서법'이라고 하죠. 키워드 중심으로 후루룩 먼저 읽고요. 각자 이해한 부분들을 이야기한 후에 다시 정독을 하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와요. 

그리고 책을 반드시 1페이지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 없어요. 중간에 관심 있는 챕터만 찾아서 읽어도 됩니다. '난 평생 책이라고는 안 읽어봤어' 하는 사람도 책 읽을 수 있고요. 꾸준히 읽다 보면 벽돌책도 읽게 되고, 나중에는 어떤 책도 읽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독서를 통해서 생각의 궤도가 바뀌기 시작했다면 다른 사람이 되는 거예요
책을 읽으면 사람이 바뀝니다

Q. 독서모임이 캡틴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캡틴: 훌륭한 스승이 해주는 말 한마디로 인생이 바뀌기도 하잖아요. 책은 한 마디가 아니라 훨씬 긴 말을 들려주니까 당연히 인생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컨설팅을 받을 때 비용을 지불하잖아요. 전문가의 자문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는데요.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면 공짜죠. 산다고 해도 비용이 얼마 안 됩니다. 책을 읽으면 저자가 10년 이상 고민하고 생각한 내용을 거의 공짜로 얻는 셈이에요. 엄청난 선물을 받는 거죠.

'책을 읽는 사람은 3일 전의 그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늘 똑같은 생각에서 맴돌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겠죠. 80이 넘어도 똑같을 거예요. 하지만 독서를 통해서 생각의 궤도가 바뀌기 시작했다면 다른 사람이 되는 거예요. 책을 읽으면 사람이 바뀝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자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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