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걸 좋아한다. 아니, 이젠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맵존심이 있는 건 아니다. 맵존감이라면 모를까. '심'과 '감'에 따라 갈린다는 자존의 의미처럼. 풉. 다른 이들은 어떻게 매운맛을 즐기는지 잘 모르겠으나 만약 나처럼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복 받으셨네요......" 한 마디 건네고 싶다.
음식에 약간의 매콤함만 더해도 우리(정확히 같은 감각을 가진)는 쉽게 감사하는 부류다. 끝처리를 맵게 하는 것만으로 음식에서의 '킥'을 가볍게 느낄 수 있는 존재라, 우릴 대접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거든 고민하지 말고 잘게 썬 청양 한 꼬집 뿌려 보길 바란다. 어떤 상황에서는 그게 진짜 골이 될 수도 있다. 못해도 어시스트다.
'뭐 하나 쉽지 않은 생활 쉽게 얻는 기쁨 하나쯤은 있어야지' 방금도 밋밋한 쭈꾸미 볶음에 청양 고추 하나 얇게 잘라 넣어 볶다가 슬쩍 웃었다. "아... 아이취!!!" 이렇게 기뻐서 소리도 질러보고.
어떤 이는, "그건 맛이 아니라 자극이라고 하는 거다." 설명했지만 동의할 수 없다. 맛도 되고 자극도 된다. 맛이란 혀의 감각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몸으로 느끼는 게 먼저다. 언짢거나 긴장한 상태의 식사자리에서 혀가 했던 역할을 기억하는 사람? 아니면 취향 맞는 사람끼리 놀다 두 끼 정도 굶은 뒤 함께 먹던 음식의 맛은 평소와 또 어떻게 달랐나. 그러니까, 몸이 먼저 맛을 느낀다. 오히려 혀 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아낸다. 나는 맛을 온몸으로 느낀다.
사랑 역시 온몸으로 주고받는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매콤함도 날 사랑하고 있다. 혀를 통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신이 맵찔이라고? 안타깝지 않다. 매콤함이 주는 사랑을 당신은 몰라도 된다. 사는 데 아무 문제없다.
큭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