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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를 위한 성찰의 질문 2가지

상대가 잡고 싶지 않은 손을 내미는 것

by 김지혜

내 삶도 반 백 살이 되며,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되어간다.

그나마 꼰대가 되어 가는구나 알아차리는 나를 남들보다 덜 꼰대일 거라 여기며 스스로 위로한다.


내가 꼰대가 되고 있구나를 어떻게 느낄까?

내가 가장 심한 꼰대성이 나타나는 순간은 타인에게 피드백을 해주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올라오는 순간이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구멍이 보이는 논리들의 구멍들을 채워 주고 싶은 욕구이다.

마치 내가 정답인 듯 타인에게 조언하고 싶은 생각들이 올라온다.


MZ세대가 정의한 ‘꼰대’의 의미는;

“원하지 않는 조언을 하는 사람”, “좋은 말을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이다.


중학생, 고등학생 아이의 엄마인 덕에 나는 꼰대스러움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아낌없는 조언을 듣는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엄마가 화낼까 가려서 한다고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듯 느껴진다.

아이들이 말하는 ‘엄마 좀 꼰대 같아’라는 그 ‘좀’의 정도에도 차이가 존재한다.

나 스스로는 20% 정도의 꼰대성이라 해석한다면 아이들이 느끼는 꼰대스러움은 80% 이상일 것이다.


꼰대가 꼰대 질을 하게 되는 의도는 명확하다. 남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연령대를 벗어나도 젊은 꼰대가 존재하듯 누구나 자신의 생각에 남들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알려주고 싶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에게는 자꾸만 더 많은 조언을 듣고 싶고, 어떤 이는 ‘또 시작이네’라는 기분이 먼저 든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꼰대라 불리는 이유는 생각을 나누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생각이 옳다는 가정에서 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생각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생각은 나의 말과 행동을 통해 흘러나오고 상대는 그것을 느낀다.

‘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요’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더 강력한 꼰대일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나의 취약한 생각의 편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쉽게 자기의 경험과 데이터에 따라 판단을 내린다. 직접적으로 몸소 경험했다면 내가 한 방법에 대해 이미 검증이 되었기에 더 옳다고 확신한다. 더 오래 산 사람들이 더 많은 경험을 가질 확률이 높고, 그 경험들 속에서 옳았던 것들과 통계, 데이터에 의한 판단으로 그들은 지금껏 살아왔다. 그들이 말하는 조언들은 당연히 그들에게 옳은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가 한 가지 더 잊지 말아야 하는 것,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다.

상황도 다르고 세상이 바뀌었다. 그때는 그게 먹혔고, 지금은 그게 아닐 수도 있다.

내가 망각하지 말아야 마인드이다.


내 생각은 내 경험과 나의 주위 사람들의 경험과 스토리들로 채워진다. 내가 살아온 경험으로 검증된 이미 많은 솔루션들이 내 안에 존재한다.

내가 주로 함께 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비슷하다면 더욱 그 솔루션들에 대한 생각은 강화된다.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면 더욱 꼰대가 되기 쉬운 이유이다.


타인의 생각을 나의 생각 스펙트럼에 추가하여 나의 생각으로 수용한다는 것은 어렵다. 내 생각은 이미 나의 수많은 경험과 데이터들로 굳어져 있는데 상대의 생각을 오롯이 또 다른 카테고리로 가져와서 100%로 수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다.

나와 다른 의견은 나에게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내가 상대의 의견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순간이다.

부정적 감정이 올라와 다름을 알아차리는 순간 내 생각도 인지하게 된다.

그 순간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생각의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면 다음의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할까?’

스멀스멀 자꾸만 나타나는 나의 꼰대성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이 바로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할까?'이다. 그러면 그 사람의 배경, 경험, 인식, 태도와 함께 복합적으로 상대의 주장을 바라보게 된다.

나와 맞지 않는 주장이 있다면 그 배경, 경험, 삶에서 분명 나와 다른 부분이 존재하게 된다. 거기 까지만 가도 상대의 주장이 옳지 않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내가 상대의 생각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건 힘들어도 상대의 의견을 이해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두 번째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지금 나의 행동이 상대가 원하는 도움인가?’

상대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나의 판단이다. 하지만 상대는 나의 조언이 아니라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삶의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간 셀프 떡볶이 식당인 [두 끼]에서 초등학생 4명은 자기들끼리 어렵게 어렵게 떡볶이 먹고 있었다. 엄카를 들고 온 생일인 초등학생 한 명이 다른 친구들에게 한턱을 쏘는 모양이다. 집게가 있는데도 키가 닿지 않는 높이에 있어 집게를 제대로 찾지 못해 국자로 해결하는 모습이 위험해 보이고 답답했다. 당장 집게를 가져다주고 싶은 욕구를 옆에서 막는 두 딸아이들 덕에 겨우 참았다.

아이들이 하는 어설퍼 보이는 도전이 주는 교훈과 경험, 어른들의 도움 없이 아이들끼리 함께 식당에서 잘 먹고 나왔다는 성취감, 이후 그들이 가질 자신감을 고려하지 않은 작은 도움은 그들이 가져갈 떡볶이집의 도전에서 오는 행복의 추억을 망치는 행동에 불과했다.

떡볶이를 끓이며 불이 날 것 같거나, 위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작은 불편함은 그들의 도전에 피할 수 없는 장벽이고 그 장벽은 그들에게 가르침과 교훈을 준다.


조언하고 싶은 나에게, 꼰대질을 하려는 나에게 던져야 할 질문 2가지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내가 하려는 말과 행동은 과연 상대가 원하는 걸까?


오늘도 상대가 잡고 싶지 않은 손을 내민 적은 없는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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