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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Nov 16. 2024

어른들의 세상 속 학습하는 아이

스타벅스 케이크 대신 교재

아줌마 두 명과 초등 아이 한 명이 과외를 하는 것인지 스타벅스 옆 자리에서 학습을 시키고 있다.

여성 두 분은 엄마이고 이모 같다. 두 분이 너무 비슷한 등치와 의상, 머리 모양을 가졌다.

두 아이를 가진 엄마로, 학습의 중요성을 잘 안다. 하지만 난 그 아이가 이곳에서 저러고 있는 게 뭔가 안타깝다. 

첫째, 

카공을 하기 좋은 스타벅스가 아이의 기억 속에는 긍정적으로 남지 않을 듯하다. 

나는 아이와 가끔 스타벅스에 간다.  학구파 첫째와 갈 때, 아이는 공부를 하고, 나는 일을 한다. 꼴통 둘째와 갈 때는 케이크 쿠폰을 사용하러 간다. 달달한 케이크를 아이와 함께 먹고, 가진 쿠폰을 소진한다. 나는 아이와 가는 스타벅스가 참 좋다. 이 초등학생 아이는 의지가 강해지는 사춘기에 접어들면 스타벅스에 엄마 랑 같지 가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다. 좋은 추억의 장소를 하나 잃을 것 같다. 


둘째, 

아이는 학습하고 있는데 옆에서 엄마는 핸드폰을 한다. 

아이가 이 주말 저녁에 음악이 울려 퍼지는 이곳에서 옆에서 시키는 공부를 한다. 그리고 엄마는 그 옆에서 핸드폰을 한다. 아이가 욕구를 참고 있다면 엄마도 매너를 보여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 아이는 핸드폰을 하고 싶을 것이다. 마치 케이크 마니아가 다이어트 중이라 닭 가슴살을 먹고 있는데 옆에서 케이크를 먹는 꼴이다. 매너를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 


 셋째, 

이렇게 스타벅스에서 학습을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스타벅스는 어른이 대부분이다. 아이가 왔다면 케이크를 먹으러 왔거나 부모님을 따라왔을 것이다. 다른 친구들과 학원에서 함께 학습을 하는 것과, 어른들로 가득한 이곳에서 아이가 혼자 학습을 해내야 하는 것은 다른 경험일 것이다. 어른들 속에 학습을 해내야 하는 위압감이 아이를 더 차분하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조용히 해야 할 것을 해내고 나가는 아이! 아마 착하다고 칭찬을 받았을 것이다. 


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두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거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나의 세대보다 똑똑하다. 

나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해도 나만큼 벌기 힘들고 나 같은 직업도 가지기 힘들다.

이건 의사인 친구도 똑같이 했던 이야기이다. 아이는 고등학교 시절의 자기 보다 더 많이 공부하지만, 의사를 꿈꾸기도 힘들다.

어떤 직업이 있을지도 없을지 알 수도 없는 세대. 


과도한 학습을 견뎌낸 아이들은 나보다 더 빨리 철이 든다. 우리가 사는 것과 다른 관점의 철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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