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동성연애자와의 하룻밤

그녀는 레즈비언이었다.

by 김지혜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한국에서 LG 전자에 통역사로 일할 때였다.

20명의 영국 전기 엔지니어의 교육 통역을 진행했었다.

20명 전기 엔지니어 중 19명은 남성이고 한 명은 여성 전기 엔지니어였다.

그 한 명의 여성은 누가 봐도 참 씩씩했다.

한 달의 교육 과정 중 청주에 교육 장비가 있어 출장을 가서 받는 교육이 있었다.

1박 2일의 교육이었다. 당시 청주에는 20여 명이 다 같이 묵을 호텔방이 없었다.

영국인들에게는 낯설지만 어쩔 수 없이 두 명이 한방을 써야 했다.

그 출장에는 단 두 명의 여성이 있었다.

그 여성 엔지니어와 나.. 우리는 같은 방에 묵어야 했다.

심하게 코만 골지 않는다면 크게 불편할 건 없다.


출장 하루 전, 한 영국 교육생이 나에게 잠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놀라운 소문을 내게 알려주었다.

출장을 같이 갈 그 여성 엔지니어가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20년 전, 당시 LGBTQ에 대해서 들은 적은 있었지만 TV에서도 주위에서도 사실 본 적이 없었다.

레즈비언 일지도 모르는 사람과 한방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나에게 막연한 두려움을 주었다.


하지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소문만 가지고 담당 과장님한테 혼자 방을 써야겠다고 요청할 수는 없었다.

나는 일단 출장을 갔다. 하지만 여전히 두려웠다.

아무리 내가 친한 남자 사람 친구가 있다고 해도 그 친구와 한방을 쓰는 건 좀 불편한 것과 같다.

우리의 편견은 그랬다. 혹시나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어쩌나 하는 그 막연한 두려움...


청주에 도착했고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방에는 우리 둘만 있다. 그냥 막 긴장되었다.

만약 친구같이 지내던 남자 사람 친구와 갑자기 같은 방에 조용하게 단둘이 있어도 그런 기분일 것 같다.

뭔가 서먹함에 계속 시선을 피했다. 나도 모르게 뭔가 바쁜 척을 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막 정리하고, 겨우 1박 2일 짐 싸왔으면서 또 정리한다.


그녀가 갑자기 매트리스에서 막 뛰기 시작한다.

허리가 안 좋다고 침대 매트리스 스프링이 괜찮은지 확인한단다.

그리고는 “Oh! it’s nice”한다.


나에게 갑자기 묻는다. “How about yours(네 거는 어때?)”

그녀는 내 매트리스가 안 좋으면 자기 매트리스와 바꿔주겠다고 했다.

내 매트리스는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주려는지 내 침대 쪽으로 온다.

가슴이 막 쿵쾅쿵쾅 뛴다.

‘I will check it (내가 확인해볼게)…’ 하고 얼른 그녀처럼 뛰었다.

그녀가 하던 데로 침대 위에 올라가서 점프점프 열심히 했다. 최대한 열심히…

내 침대 아무 문제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뛰는데 그녀는 자기 침대에 누워서 점프 점프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Nice bum (엉덩이 멋진데)” 한다.

갑자기 확 무서워지면서 바로 점프를 멈추고 욕실로 갈아입을 옷을 챙겨 갔다.

그리고 문을 잠그고 욕실에 있었다.

아. 혹시나 내가 상상했던 그런 거면 그녀가 좀 진정할 시간을 줘야 할거 같았다.

그리고는 대충 씻고 잘 때 입을 옷으로 갈아입었다.


잘 때 입을 옷에 신경을 많이 써서 챙겨 왔다.

셔츠 스타일 잠옷, 단추가 제일 많은 것으로 챙겨 오고 바지는 심지어 벨트가 있는 걸로 챙겨 왔다.

혹시나 상상하던 그 어떤 일이라도 생기면 뭔가 시간을 더 벌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리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이불을 목까지 푹 덥고 누웠다.

그녀가 자는가 싶더니 갑자기 “Jane are you sleeping? (자니)” 하고 묻는다.


그랬다. 그녀는 레즈비언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아주 갑자기……


자기 여자 친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 달간 교육받느라 떨어져 있어서 너무 보고 싶다고 했다.

너무나 그리운 눈빛으로 요리를 잘하는 여자 친구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국에 오면 여자 친구의 요리를 꼭 맛볼 수 있고 놀러 오라고 했다.

그녀의 눈빛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는 한참이나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했다. 밤늦게 까지...


나와 조금 다른 사랑을 하지만 그 사랑도 소중한 사랑이었다. 나와 다르지 않았다.


나의 레즈비언 친구와의 출장은 서로의 이야기로 밤을 채운 훈훈한 추억의 밤이었다.

내가 가졌던 두려움과 편견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그 공간은 내가 가진 편견에 대한 미안함으로 채워졌다.


내가 가졌던 호모포비아(homophobia)*

우리는 다름을 인정하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는 사실 우리는 모두가 서로 다른데도 말이다.


내가 너와 다르고 애를 키워봤더니 첫째와 둘째가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각자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한 결정을 하고 그 삶에 열정을 다한다.

LGBT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 중 하나이며 다양성은 나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는 가치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참 멋진 친구였다.


호모포비아(homophobia)

동성애 혹은 동성애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와 그로 인한 차별을 일컫는 말로 동성애혐오증이라고도 한다.


https://blog.naver.com/janekim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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