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고추 따는 날
가을이 되면 옥상 텃밭에 심어 놓은 고추가 빨갛게 익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익으면 수확을 시작하는데, 큰 통 몇 개만 사용한 작은 텃밭이어도 은근히 손이 가는 작업이었다.
빨갛게 익은 것만 골라서 똑똑 따는데, 이쁜이가 작업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다.
한동안 사람들을 유심히 보다가 이제 알았다는 듯 이쁜이도 작업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있는 고추를 색깔 구분 없이 부리로 잡아 뜯으면서 신나게 꼬꼬 거 린다. 사람들 일하는 것 보고 도와주겠다고 참견하는 건 이쁘지만 덜익은 것을 마구잡이고 뜯어내니 혼낼수밖에 없다.
수확이 끝나면 고추를 돗자리에 넓게 펴는데, 이걸 또 이쁜이가 그냥 지나치치 않는다. 돗자리에 펴는 작업이야말로 이쁜이가 전문이기 때문이다.
쌓여있는 고추를 두발로 싹싹 펴 널어놓는 모습은 프로의 솜씨였다.
이번에는 엄마도 인정하고 칭찬할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