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월스트리트의 괴짜들
풋내기 두 청년과 베테랑
마이클 버리가 시작하고, 그 소문을 들은 재러드가 마크 바움을 멋들어지게 설득해 미국주택시장 폭락 게임에 참여한 플레이어는 총 3팀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이들 못지않은 배팅을 한 아웃사이더들이 있었으니 바로 찰리 겔러와 제이미 시플리입니다. 이 두 청년은 미국의 흔한 차고에서 창업한 아메리칸드림 키즈입니다.
그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JP모건체이스'라는 거대 투자회사 로비에 초초하게 앉아있는 씬입니다. 담당자와 약속을 잡았으나 사무실 복도도 못 들어가고 접수도 안된 투자 설명서들이 널브러져 있는 루저용 로비 한 구석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약속을 잡은 담당자 대신 내려온 직원은 그들을 '웬 듣보잡이냐?'며 시종일관 멸시의 눈으로 쳐다봅니다. 운용자금 3,000만 달러 규모의 작은 회사는 결국 엘리베이터도 못타죠. 11만 달러를 4년 만에 이 정도로 불린 실력을 강조해 보지만 돌아오는 건 무시뿐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인생을 바꾸는 노다지를 발견하는데요, 버려진 바인더 더미 속에서 마이클 버리의 투자 설명서를 발견한 겁니다. 영화에서는 재미를 위한 설정이고 실제와 다르다며 넉살을 부립니다만, 어쨌거나 이들 역시 '심상치 않은데?'의 촉이 발동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해당 상품을 매수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마이클 버리가 만든 상품은 거래자격, 즉 라이선스가 필요했습니다. 바로 ISDA(International Swap and Derivatives Association, Inc.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 계약입니다.
ISDA 거래를 한다는 것은 메이저 급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들은 장외 거래도 가능한데요, 장내거래는 거래소 안에서 동일한 룰과 규칙을 따라야 하지만, 장외거래는 시장 밖에서 큰 손들 끼리 계약 조건과 분쟁해결의 룰을 정하여 거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들은 마침 가까이 살고 있는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 맨.. 아니, '벤'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로 합니다. '벤 리커트(실존인물 벤 호켓)'은 지금은 은퇴하였지만 한 때 메이저 투자사를 다니던 꽤 고위직 인사였습니다. 개를 산책시키다 인사를 건넨 그에게는 ISDA 계약을 대신해 줄 인맥이 있었죠.
뭐, 몰라서 그렇지 우리도 이웃에 이런 사람 한 명 정도는 다들 있잖아요? 아마도 그는 브래드 피트를 닮았을 겁니다. 처음에 그는 이들의 제안에 시큰둥 하지만 결국 합류하기로 합니다. 브레드 피트의 츤데레 연기, 매력 있습니다. 이 두 젊은이들이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거나 번개에 맞아 초능력자가 될 확률을 뚫었다는 부러움은 접어 두겠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이클 버리는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상품을 만들었으니 그렇다 쳐도 나머지 사람들은 왜들 그렇게 운이 좋은 것일까요? 재러드는 클럽에서 놀다가 주워 들었습니다. 마크 바움은 우연히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고, 두 청년도 로비에서 제안서를 주웠습니다. 게다가 하필 이웃에 금융계 거물까지 살고 있다니?
왜 나에겐 이런 행운이 없는 것일까?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의 '행운'이 아닙니다. 클럽에서 놀다가도, 잘못 걸려온 전화에도, 친구에게서 건네들은 이야기도, 널브러져 있는 바인더 속에서도 기회를 찾아낸 것은 '능력'입니다.
평상시에 쌓아둔 지식과 경험, 그리고 의지 없이 가능했을까요? 세상의 문제에 대한 냉철하고 입체적인 시각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요? 내가 다 안다는 오만에 빠져 있었다면 가능했을까요? 이웃에 금융계 거물이 살면 뭐 합니까 내가 투자를 1도 모르는데..
기회의 신 카이로스의 앞머리 끄댕이를 붙잡으려면 단지 지식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관찰력, 듣는 능력, 그리고 객관화가 중요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자기만의 관점을 탄생시킨 이들만 가능할 것입니다. 직관과 열정은 기본 값이라 보고요. 이 두 젊은이와 베테랑의 합류로 영화는 점점 더 흥미로워집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