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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세계로 나아가는 K의 외적 순환과 연대

BTS는 왜 영어로 노래했나

by 김동은WhtDrgon

2020년 8월 21일, 방탄소년단이 <Dynamite>를 발표했을 때 팬들은 놀랐습니다. BTS의 첫 100% 영어 곡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한국어로 전 세계 차트를 석권하던 그들이, 왜 갑자기 영어로 노래했을까요?

"정체성을 버렸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미국 시장에 굴복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를 보는 순간, 그 의도가 명확해졌습니다.


<Dynamite>는 1970년대 디스코 펑크 스타일이었습니다. 화려한 색감, 레트로 패션, 롤러스케이트... 모든 것이 70년대를 향한 헌정이었습니다. 특히 잭슨 파이브(Jackson 5)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영어 곡이 아니었습니다. 흑인 음악 문화에 대한 존중이자, 연대의 제안이었습니다.


유튜브에는 흑인 가족들의 리액션 영상이 쏟아졌습니다. 그중 한 영상에서 흑인 어머니와 아들이 <Dynamite>를 처음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어머니가 말합니다. "오, 이건... 우리 시대야. 내가 어렸을 때..." 아들이 묻습니다. "엄마, 이게 70년대 스타일이에요?" "그래. 그때는 이렇게 입고, 이렇게 춤췄어."

영상 댓글란에는 이런 분석이 달렸습니다. "70년대를 추억하는 흑인과, 90년대를 상상하는 백인의 차이를 보라. BTS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Dynamite>는 흑인들에게는 향수였고, 백인들에게는 신선함이었습니다. 같은 곡이 세대와 인종에 따라 다르게 작동했습니다.


그리고 마이클 잭슨의 팬덤 '문워커(Moonwalker)'가 움직였습니다. 트위터에 #ArmyWalker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습니다. 마이클 잭슨 팬덤과 BTS 팬덤 아미가 손을 잡은 것입니다. 문워커들은 말했습니다. "BTS는 마이클에 대한 존중을 보여줬다. 우리도 그들을 응원한다." 이들은 함께 BTS의 새 앨범을 홍보했습니다. 흑인 커뮤니티가 적극적으로 태그를 달고, 스트리밍하고, 차트에 올렸습니다.


<Dynamite>는 빌보드 핫100 1위에 올랐습니다. BTS 최초, 그리고 한국 가수 최초였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문화적 연대가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BTS는 혼자 1위 한 게 아닙니다. 흑인 커뮤니티와 함께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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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곡이 만든 문화의 다리

<Dynamite> 이후, BTS는 두 곡을 더 발표했습니다. <Butter>는 80년대 팝 스타일이었습니다. 프린스, 마돈나 시대의 밝고 경쾌한 펑크. <Permission to Dance>는 미국 남부의 컨트리 느낌이었습니다. 광활한 들판, 청바지, 카우보이 모자, 그리고 수어 안무가 포함되어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보여줬습니다.


세 곡을 나란히 놓고 보면, 하나의 전략이 보입니다. <Dynamite>는 흑인 음악 문화를 향했고, <Butter>는 80년대 팝 문화를 향했고, <Permission to Dance>는 미국 남부 문화를 향했습니다. 각각의 곡이 서로 다른 문화권의 코드와 상징을 정교하게 사용했습니다. 단순히 영어로 노래한 게 아니라, 각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담았습니다.

그 결과, 세 곡 모두 빌보드 1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각 문화권 커뮤니티가 BTS를 "우리 편"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인접 세계관의 전략적 링크

이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것은 세계관 스토리텔링에서 인접 세계관을 의도적으로 링크하는 전략입니다.

09화에서 우리는 키워드 클라우드를 배웠습니다. [홍천]이라는 키워드 하나에 [숲], [빛], [습도], [감정]이 연결되어 거대한 의미망을 만드는 것. BTS는 이것을 문화적 차원에서 실행했습니다. [K-팝]이라는 키워드에 [70년대 디스코], [흑인 음악], [마이클 잭슨]을 링크했습니다. 그러자 키워드 클라우드가 내부에서 화학적 결합을 일으키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습니다.


K-팝이라는 세계관이 흑인 음악이라는 인접 세계관과 만난 것입니다. 이것은 어떤 극적인 이벤트가 임계점을 넘어서 일어난 특이한 상황이 아닙니다. 흐름과 영향과 연대가 기반이 되어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의도적으로 설계될 수 있습니다.


창작자 여러분, 당신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든다면 목적하는 인접 세계관의 지정학적 키워드와 문화적 키워드를 링크하십시오. 판타지 소설을 쓴다면 [북유럽 신화], [한국 전통 설화], [샤머니즘]을 링크하십시오. 음식 콘텐츠를 만든다면 [한국 발효 문화], [프랑스 요리 기법], [일본 플레이팅]을 링크하십시오. 그러면 키워드 클라우드가 내부에서 화학적 결합을 일으키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코리안 타코가 말하는 것

로스앤젤레스, 2008년. 한국계 미국인 로이 최(Roy Choi)가 푸드트럭 'KOGI BBQ'를 시작했습니다. 메뉴는 간단했습니다. 코리안 타코. 멕시코 타코에 한국 불고기를 얹은 것. 당시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그게 말이 돼? 김치랑 토르티야를 같이 먹는다고?"


하지만 KOGI BBQ는 폭발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푸드트럭이 어디에 나타날지 트위터로 알려주면, 수백 명이 줄을 섰습니다. 로이 최는 "미국 푸드트럭의 대부"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코리안 타코는 이제 LA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 음식도 아니고, 멕시코 음식도 아닙니다. 완전히 새로운 제3의 것입니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보십시오. 주인공 셰프가 쿠바 샌드위치를 만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쿠바 빵에 미국 로스트 포크를 넣습니다. 이것도 융합입니다. 음식은 국경을 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이 탄생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코리안 타코가 "한국 음식을 세계에 알렸다"는 식의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코리안 타코는 이제 독자적인 음식 문화가 되었습니다. LA 사람들은 코리안 타코를 먹으며 한국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맛있는 타코"를 먹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한국의 문화 지분이 녹아 있습니다.


이것이 K가 세계로 나가는 방식입니다. K는 콘텐츠로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 나가면서 문화로 융합됩니다. 그리고 그 융합된 문화 안에 한국의 정서와 방법론이 자리 잡습니다.


캣츠아이: K-팝이 방법론이 되다

2024년, 미국에서 <캣츠아이(Katseye)>라는 걸그룹이 데뷔했습니다.

이들은 한국인이 한 명도 없습니다. 미국, 필리핀, 스위스 출신입니다. 한국어로 노래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말합니다. "우리는 K-팝 그룹입니다."


왜일까요? 한국식 연습생 시스템으로 훈련받았고, 한국식 칼군무 안무를 사용하며, 한국식 팬덤 문화를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K-팝이 이제 국적이 아니라 방법론이 되었습니다.

캣츠아이의 성공은 K가 플랫폼이 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다고 구글 직원이 되는 게 아니듯, K-팝 스타일로 활동한다고 한국인이 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은 K라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K-팝 데몬 헌터>라는 애니메이션이 나왔습니다. K-팝 아이돌들이 악마를 사냥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해외 제작자 주도로 만들어졌습니다. 한국은 거의 빠져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빠진 K-팝 콘텐츠"라며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보십시오. <K-팝 데몬 헌터>를 본 사람들이 N타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속 서울 배경을 보고 실제 서울을 방문한 것입니다. 관광객이 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K가 문화로 융합된 증거입니다. <K-팝 데몬 헌터>는 K의 전도사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보며 K-팝이라는 세계관에 익숙해집니다. 그들은 한국을 직접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멋진 K-팝 애니"를 봅니다. 하지만 그 안에 한국의 문화 지분이 형성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만들면 됩니다. 한국이 직접 만들지 않아도, 전 세계가 K의 문화 지분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K는 더 확장되고, 더 깊어지고, 더 다양해집니다.


몽골의 K-드라마 열풍

몽골에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몽골 젊은이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어를 배웁니다.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패션을 입고, 한국 노래를 부릅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거리에는 한글 간판이 넘쳐납니다. 한국 화장품 가게, 한국 식당, 한국어 학원.


왜 몽골일까요? 넷플릭스가 없던 시절, 몽골 국영방송이 한국 드라마를 저렴하게 수입해 방영했습니다. <대장금>, <주몽>, <선덕여왕>... 이 드라마들이 몽골 전역에 퍼졌습니다. 그리고 몽골 사람들은 한국에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몽골에서 한국은 "선진국이면서도 가까운 나라"입니다. 몽골 젊은이들은 한국 유학을 꿈꿉니다. 한국 기업에 취직하고 싶어 합니다. 한국 문화를 자기 것처럼 즐깁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K-뷰티가 필수입니다. 쿠션 팩트, BB크림, 시트 마스크... 한국 화장품 없이는 화장을 못 한다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프랑스에서는 K-팝 댄스 커버 대회가 열립니다. 파리 거리에서 한국 아이돌 안무를 추는 프랑스 젊은이들.

각국 사람들이 자기 방식으로 K를 즐깁니다. 할로윈처럼, 추수감사절처럼, K도 이제 세계인의 문화 코드가 되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만드는 익숙함

그리고 넷플릭스가 있습니다.

2024년, 넷플릭스는 <피지컬: 아시아>를 공개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의 참가자들이 극한의 체력 게임을 하는 리얼리티 쇼입니다. 중요한 것은 넷플릭스가 문화다양성을 포괄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입니다.


각국 참가자들은 자기 나라 언어로 말하고, 자기 나라 음식을 먹고, 자기 나라 방식으로 행동합니다. 넷플릭스는 이 모든 것을 자막으로 제공하며 존중합니다. 그리고 그 플랫폼 위에서 K-콘텐츠가 빛납니다.

<오징어 게임>이 94개국 1위를 했을 때, 사람들은 놀랐습니다. "한국어 드라마가 왜 이렇게 인기지?"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플랫폼이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넷플릭스는 단순히 K를 유통하는 것이 아닙니다. K가 다른 문화와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K-드라마를 선택했고, 그 선택이 K를 전 세계의 익숙한 문화 코드로 만들었습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창작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말입니다. 콘텐츠와 플랫폼이, 주 IP와 확장IP가 이 역할을 분담하는 것입니다. 아이돌이 커뮤니티를 지탱하고 아이돌의 캐릭터가 팬덤을 즐겁게 하는 콘텐츠 구조가 필자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죽은 자의 날: 디지털이 현실을 만들다

멕시코에는 '죽은 자의 날(Día de Muertos)'이라는 명절이 있습니다. 11월 1-2일, 가족들이 모여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날입니다. 하지만 원래 거리 축제는 없었습니다. 각 가정에서 조용히 제사를 지내는 날이었습니다.


2015년, 제임스 본드 영화 <스펙터>가 멕시코시티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영화 오프닝 장면은 죽은 자의 날 대규모 퍼레이드였습니다. 수천 명이 해골 분장을 하고 거리를 행진하는 화려한 장면. 하지만 이것은 영화를 위해 만든 가상의 장면이었습니다. 실제로는 그런 퍼레이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멕시코 정부가 발표했습니다. "우리도 죽은 자의 날 퍼레이드를 하겠습니다." 영화 속 가상의 퍼레이드가 현실이 된 것입니다. 이제 매년 1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멕시코시티의 대표 축제가 되었습니다.

2017년, 디즈니 픽사가 <코코>를 만들었습니다. 죽은 자의 날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소년 미구엘이 죽은 자들의 세계로 들어가 조상들을 만나는 이야기. <코코>는 전 세계적으로 대히트했습니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사람들은 극장에서 울었습니다. "우리 문화가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되다니."


그리고 죽은 자의 날 퍼레이드는 더욱 커졌습니다. 이제 전 세계 관광객들이 멕시코시티를 찾습니다. <코코>를 보고 온 사람들입니다. 영화가 현실 축제를 만들고, 현실 축제가 다시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되고, 그 콘텐츠가 다시 관광 산업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세계관의 힘입니다. 세계관은 단순히 창작물 안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계관은 사람들의 삶과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 삶이 다시 세계관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디지털이 피지컬을 만들고, 피지컬이 다시 디지털이 됩니다. 끊임없는 순환.

K도 마찬가지입니다. <K-팝 데몬 헌터>를 보고 N타워를 찾는 사람들. 코리안 타코를 먹고 한국 음식에 관심 갖는 사람들. 몽골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젊은이들. 이 모든 것이 디지털과 피지컬의 순환입니다.


K는 혼자 가지 않는다

K가 세계로 나가는 방법은 정복이 아니라 연대입니다. BTS는 흑인 음악 문화를 존중하며 <Dynamite>를 만들었고, 흑인 커뮤니티가 응답했습니다. 로이 최는 멕시코 타코와 한국 불고기를 섞었고, LA 사람들이 환호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아시아 각국의 문화를 포괄했고, 전 세계가 K-드라마를 봤습니다.


제임스 본드는 멕시코 축제를 영화로 만들었고, 멕시코 사람들이 실제 축제를 만들었습니다. 디즈니는 그 축제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고, 전 세계가 멕시코 문화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K는 혼자 가지 않습니다. 세계와 연대합니다. 그리고 그 연대는 디지털과 피지컬 사이를 끊임없이 순환하며, 더 큰 세계관을 만들어냅니다. 음악은 위로가 되고, 위로는 연대가 되고, 연대는 문화가 되고, 문화는 다시 음악이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K는 익숙해집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전 세계 사람들이 K를 자기 방식으로 소비하고, 변형하고,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캣츠아이가 K-팝을 하고, <K-팝 데몬 헌터>가 서울을 배경으로 삼고, 몽골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배웁니다.


이것이 외적 순환입니다. K가 세계로 나가고,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고, 그 풍성함이 다시 K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제 K는 받을 차례입니다. 세계로 나간 만큼, 세계를 받아들일 차례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내적 순환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세계가 K 안으로 들어올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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