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굿바이~ 불멸의 신성 가족.

김두식 교수 <불멸의 신성 가족 1>

by 오윤

김두식 교수가 쓴 <불멸의 신성 가족>은 법조계의 문화가 어떠한지, 날 것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텍스트 중 하나다. 판사, 검사, 변호사를 비롯하며 법조계 주변을 서성거리는 사무장, 법조계 기자 등을 다방면으로 인터뷰한다. 2009년에 쓰여진 책이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책에 기록된 법조계의 관행, 습속, 문화는 많은 부분 현재 진행형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법조계의 특징을 딱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요거다.


“불멸의 신성 가족”


16-1 불멸을 JTBC.jpg 출처 : JTBC


법조인들을 불멸의 신성 가족으로 키운 것은 무엇일까? 김두식 교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시작한다.


“일단 (신성) 가족에 입성하기 위해 신림동에서 오랜 시간 벌레의 시간을 버틴 공통의 경험, 시험을 통과하는 순간 갑자기 사람으로 변하는 부작용, 이 바늘구멍을 통과한 사람은 과도하게 많은 것을 보장받는 시간들이 모여 ‘신성 가족’을 만든다(김두식, 2009, p. 15).”


16-2 신림동 2.jpg 출처: 경향신문

난 이 말을 들으면서 “아 그렇네!”라는 생각을 했다. 이른바 바늘구멍보다 좁은 사법시험 시스템, 이 시스템 앞에서 몇 년을 고시원 주변을 서성거리던 공통의 경험,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경험하게 되는 하늘과 땅 차이의 일상, 이것이 해방 후 한국 사법 체계의 근간이었고 바로 거기에서 이런저런 부작용들이 켜켜이 쌓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부작용들이 있지만 그중 최고봉은 “신성 가족”은 신성하니 처벌할 수 없고 잘못할 수 없다는 견고한 인식 아닐까? 신성가족들은 신성들의 부정부패와 잘못에 대해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부정부패와 부정을 판단하는 잣대와 지 가족의 그것을 판단하는 잣대가 다른 거다. 세상의 나쁜 짓은 넓게, 자기 가족들의 나쁜 짓은 좁게 해석한다. 가령 부정부패에 대한 해석. 이들은 자신들이 받은 돈에 대해서는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하여 돈을 받은 게 아닌 이상 ‘그건 잘못이 아니’라고 우긴다(같은 책, p. 87). 실제로 법조계에는 돈을 받고 밥을 얻어먹고 골프를 치고 이런 것들이 직접적인 사건에 영향만 주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 오랜 세월 견고하게 퍼져있다.



물론 몇 번의 큰 사법파동을 거치면서 1990년대까지만 해도 도저히 사라질 것 같지 않던 판검사들이 변호사로부터 실비를 챙기던 관행은 사라졌고, 직접적인 돈을 받지는 않지만 골프와 회식 등을 통한 접대 관행 역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2016년 시행)’이 전격 시행된 이후 거의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조금씩 투명한 방식으로 민주화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징표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관계들이 법조계 문화 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정종은 검사는 “판사, 검사, 변호사 동기생 3명이 밥을 먹으면 언제나 변호사가 밥값을 내는 게 당연시 되는 문화”가 있다며, 판검사들은 이게 너무 당연해 뭐가 문제인 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작은 일이지만 계속 밥을 얻어먹는 것 자체가 빚지는 것인데 그걸 바꾸기 어렵다는 거다(같은 책, p.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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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식 교수는 신성가족이 사는 세계가 매우 좁은 세계라고 말한다. “판검사에게 가장 편한 친구는 법조인들이고, 법조계에 대한 비판이 심해지고 판검사 윤리가 강화될수록 판검사들은 교류의 범위를 좁혀 정말 믿을 만한 사람하고만 어울린다(같은 책, p. 124)”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게 변호사들이니 식사 자리가 끝나고 돈을 낼 때면 가장 먼저 지갑을 여는 게 변호사들이라고 한다. 사실 이건 한국사회에서 어느 곳이든 자주 보게 되는 풍경이고, 이 자체가 크게 문제일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김두식 교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남이가!'이 우정의 연줄망이 법정에서 피해자와 피의자에게 그렇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한쪽은 피의자의 범죄를 변호하고, 한쪽은 피의자의 범죄를 입증하며, 한쪽은 판결을 내려야 하는 사람들이 알고보니 "우리가 남이가! 한 가족이었다면?" 피해자와 피의자는 어찌하라구요?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좁디 좁고 꽁꽁 닫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김두식 교수는 심플하게 답한다. 평판. 그러니깐 신성가족들의 인정.


평판은 평생 법조인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위치, 권력, 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특히 판사든, 검사든 결국에는 변호사가 될 수밖에 없는 세계에서 평판의 등급은 곧 몸값과 연결된다. 신성세계에 들어서는 순간 누구도 평판을 무시할 수 없고, 그리하여 싫어도 폭탄주를 마시고, 이건 잘못인데 하면서도 금품을 수수하고, 잘못된 수사와 공소를 묵인하기도 한다.


전관예우나 청탁에 대해 칼같이 거절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대부분 법조계에 있는 사람들은 전관예우가 밖에서 보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말한다. 좁은 바닥이라 누구도 청탁을 마구 들어줄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마구 들어줄 수는 없어도 소소한 배려와 작은 비리가 개입할 여지는 크다. 이에 대해 정종은 검사는 “판검사의 재량이 너무 많기 때문에 비리가 개입할 여지도 커진다”고 말한다. 재량껏 청탁을 들어줄 수 있는데 그 범위가 외국보다 훨씬 넓기 때문에 청탁이 먹힐 개연성도 커진다는 것이다(같은 책, p. 136~137).


그런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상징되는 사법시스템에 대한 오랜 불신 때문일까?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전관 변호사의 힘과 저자거리에서 느끼는 전관 변호사의 힘은 하짓날과 동짓날 태양빛만큼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김두식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요한 것은 전관의 힘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다. 현직 대법관들의 관심을 받으려면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그저 이름만 빌려주고도 수천만 원의 수임료를 받는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퇴임 후 5년 동안 60여 억 원을 수임한다. 이것이 대법관 자리인 거다. 박시환 대법관도 변호사 생활 22개월 동안 19여억 원을 벌었다. ... 사람들은 사건 선임에 앞서 변호사 실력보다 전관인지를 먼저 확인한다(같은 책, p. 138~ p. 153)."


사법계에 대한 전반적 불신 풍토 속에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사건과 마주하게 되면, 불안이라는 감정이 뭔가 손을 써야 한다는 강박을 낳고, 이 강박이 전관 변호사에 힘을 실어준다. 현직 판검사들은 자신의 사수이기도 했던 전관 변호사에게 전화가 오면 괜히 싸가지 없다고 찍히기 싫어 “네 한번 자세히 검토해보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라는 립서비스를 던진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소소한 배려와 티 나지 않을 작은 비리를 저지른다. 사실 대부분의 사건은 그런 청탁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결국 그렇게 기소하고, 판결했을 거지만 말이다. 판결 결과가 나오면 피의자들, 지인 찬스를 써 청탁을 하거나, 전관 변호사를 대동한 피의자들은 담당 판검사에게 고마워하고, 저자거리에 소문을 내기 시작한다. 전관 변호사들의 시장 몸값은 그렇게 높아져간다. 한마디로 악순환이다(같은 책, p. 160~ p. 162).


현직 검사들이 보직과 승진에 목숨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찰총장, 검사장, 차장검사, 부장검사 모두 언젠가는 전관 변호사가 되고, 검복을 벗고 변호사 시장에 나갈 때의 몸값은 퇴직할 때의 직급에 달려 있는 거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에서의 출세가 반드시 필요하고, 출세를 위해서는 조직에서 불편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불의에 대해 침묵하고, 부조리에 대해 눈감는 예스맨으로 살아가는 것, 이게 신성가족에서 최고 신성에 오르기 위한 의무조항인 거다(같은 책, p. 163~164).


이즈음 되면 판사, 검사로 시작해 변호사로 마무리하는 법조계의 커리어 경로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판검사로 일하면서 경험과 평판을 쌓고, 그것을 이용해 궁극적으로 말년에 변호사로 돈을 버는 구조가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이에 대해 김두식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20대 판사가 법대에 앉아 있고, 30대 검사가 공소유지를 담당하며, 40~50대 변호사가 변론을 하는 우리 소송의 문제는 이미 수십 년간 지적되어 왔다. 그래서 변호사나 검사 중에 판사를 뽑는 법조일원화가 논의되고, 매 년 수십 명의 판사들이 그렇게 선발되지만 여전히 생색내기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같은 책, p. 172)"


2009년 로스쿨 도입, 2013년 법조일원화 공식화, 2017년 사법고시 폐지로 이어지는 흐름은 김두식 교수가 제기한 문제를 풀어가는 사법 개혁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이 제도 개혁이 바라는 것은 ‘사법연수원 졸업 -(우수 성적자) 검사, 판사 임용 - 퇴직 후 전관 변호사 개업’으로 이어지던 단일 욕망에 금을 내고, 검사, 판사의 구성을 다원화하며, 전관 변호사의 힘을 빼는 거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도록 꾸준히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 하고, 길을 갈고 닦는 게 필요하다. 로스쿨 도입, 법조일원화, 사법 고시 폐지가 기존의 신성가족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기존 문제들은 그대로 남긴 채 학생들에게 고비용만을 안기는 최악의 상황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AS는 필수적이다. 길을 잘못 들었다가는 기존의 사법고시라는 시험이 단순히 로스쿨이라는 교육으로 대체되어 비용만 늘리는 끔찍한 경로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같은 책, p. 323).


신성 가족의 문턱을 낮추어 저자거리의 잡스러운 부족들이 이곳에 침입할 수 있도록 만들 것!

스카이캐슬에서 “행복은 성적과 평판 순이에요”를 외치며 고시원 - 사법연수원(로스쿨) 입학- 판사/검사 임용- 기승전 퇴직 후 (전관) 변호사로 이어지는 욕망의 지도에 금을 낼 것!


사실 이것만 제대로 가능해도 검찰 개혁의 절반은 완성되지 않을까? 왜냐하면 많은 문제가 꽁꽁 닫힌 신성 가족의 울타리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이든 사법개혁이든 개혁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이 사람들의 색깔이 다종다양하고, 이들의 커리어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엮이고 섞일 때 그때야말로 진.짜 개혁, 사법부와 경찰청 위에 펄럭이는 신성가족의 깃발이 폐기처분되는 거다. 그런 맥락에서 검찰개혁은"로스쿨", "법조일원화" 등 사법개혁과 함께 보폭을 맞추어가야 한다. 진짜 앙꼬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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