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와 에스테르 뒤플러가 쓴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Good Economics for hard Times)> 네 번째 이야기는 지구온난화편.
앞으로 100년, 돈의 세계에서 가장 큰 리스크가 뭐냐, 묻는다면 그것은 지구 온난화다. 다음 100년 동안 지구가 더 뜨거워지리라는 데는 이미 이견이 없다. 지구 연평균 기온이 1.5도 높아지면 산호초의 70퍼센트가, 2도가 높아지면 99퍼센트가 사라지게 된다. 재앙을 피할 수 있는 경로로 갈 유일한 방법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라는 점은 이제 과학계에서 압도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게 경제 세계 전체의 구조개혁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온난화를 2도 상승에서 막으려면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온실가스 배출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25퍼센트가 줄어야 하고 2070년에는 제로가 되어야 한다고 추산한다. 좀 더 과격하게 1.5도 상승에서 막으려면 2030년까지 45퍼센트를, 2050년까지는 제로가 되어야 한다(Banerjee & Duflo, 2019/2020, p. 358).
이를 위해서는 돈의 세계 전반의 혁신적 벽화가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그 시작 단계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기차로 바꾸고 탄소 배출이 없는 건물을 짓고 철도를 더 개설하는 것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보다 더 본질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소비가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바뀌지 않는 한 향후 어떤 경제 성장도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평균적으로 당신 소득이 10퍼센트 높아지면 당신의 탄소 배출이 9퍼센트 증가한다. ... 공짜 점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 나은 기술을 통해 배출을 저감하는 것으로 공짜 점심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결국, 사람들의 소비가 줄어야 한다. 단지 더 청정한 자동차를 타는 것만이 아니라 더 작은 자동차를 타거나 자동차 없이 사는 삶에도 만족해야 한다. ... 자동차 대신 기차를 타는 것, 방에서 나갈 때 불을 끄는 것 등 에너지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행동은 반복적이고 습관적이다. 습관적인 행동은 하던 대로 하는 게 가장 쉽다. 변화에는 비용이 든다. 하지만 일단 바꾸고 나면 그다음에 계속 그렇게 가는 것은 쉽다... 오늘날 몇몇 경제학자들은 우리의 선호에 습관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같은 책, P. 375).”
그렇다. 습관을 바꿔야 하고, 소비를 좀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누구로부터? 나부터.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빚어진다. 지구온난화, 대기오염이 긴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 명백해 보이는데도 이에 대한 대응은 다분히 개인적인 운동 차원에 국한되고 그러다보니 정치적 힘이 부족한 것이다. 그것의 피해가 정권의 부침과 무관하게 장기적이라는 점(자기 정권의 치적으로 뽐내기 어렵다는 점), 대기오염이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이 부족한 점, 정책을 입안하는 엘리트들, 부자들, 권력층에서부터 가장 먼 거리에서부터 지구온난화의 병폐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점도 이 문제를 푸는데 제약조건들이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최근들어 분명하게 체감되는 변화 양상에 기대감을 보인다. 즉 대기오염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정부는 여론의 강한 압력을 받아 행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적 측면에서 봐도 친환경이라는 화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이 상황을 이용해 국가는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까? 이에 대한 저자들의 주장은 이렇다.
그린 뉴딜, 우리는 탄소세가 쉽게 동의를 얻기는 힘들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탄소세를 세수 중립적인 방식(세금을 늘려 국가 배를 불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재투자, 재정정책 등으로 다시 돈의 세계에 재분배하는 방식)으로 부과되도록 고안해야 한다. 즉 탄소세로 들어온 조세 수입을 저소득 계층에 대한 일괄적 보상으로 다시 지출해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10:50. 10% 상위계층이 50%의 탄소를 배출하는 구조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못 박아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에너지 소비가 습관의 문제라면 탄소세 도입은 사람들이 준비할 시간을 넉넉히 가질 수 있도록 고안해야 한다(P. 383).
사실 지구온난화에는 성장을 중심으로 돌아간 자본주의, 그리고 그것을 부추긴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GDP를 증가시키는 것이 돈의 세계에 바람직한 일이라는 신화, 그러나 정작 그 허상을 벗겨보면 그 누구도 GDP 증가가 돈의 세계에 바람직함을 입증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우리가 과거의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모두가 성장, 성장을 이야기하는 몇십 년 사이 불평등은 극적으로 증가했고, 지구는 뜨거워졌으며, 이것이 세계 전역에서 폭발 직전으로 끓어오르고 있는 악영향을 야기했다는 사실이다(같은 책, P. 385).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어쩌면 앞으로 돈의 세계를 관찰할 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지점인지도 모르겠다. GDP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맑은 공기, 파란 하늘, 지속가능한 지구다. 그렇다면, 나는, 너는, 우리는 돈의 세계에서 어느 영역에 투자를 해야 할까? 그리고 어떻게 소비의 습관을 줄여나갈 수 있을까? 잊지 말아야 할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