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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Mar 23. 2017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

좌절했던 이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런던 거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철심이 곳곳에 박히기 시작했다. 불황으로 노숙자가 늘어나게 되고, 아파트와 상가 등의 입구에서 잠자는 노숙자들이 많아지자, 이들을 내쫓기 위해 박아놓은 것이었다. 그러자 시민들이 노숙자들이 잠을 못 자게 박아놓은 것이라며 격렬하게 항의했고, 결국 철심들은 제거되었다.


거리에 더럽고, 냄새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몰아내면 문제가 해결될 것일까? 아닐 것이다. 그저 현실을 외면했을 뿐이다. 그들이 거리 생활을 청산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다시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럴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많은 이들이 이미 그것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영화 <행복을 찾아서>


홈리스가 다시 사회로 돌아오기 위해 필요한 것들


<행복을 찾아서>(2006)는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무일푼의 노숙자로 전락했다가 주식 중개인 인턴을 거쳐 ‘가드너 앤 리치 컴퍼니’라는 굴지의 투자사를 설립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에서 월 스트리트의 1억 8000만 달러 자산가로 놀라운 변화를 이뤘다.


영화는 의료기를 팔던 한 평범한 남자가 노숙자가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가 다시 재기하는 과정을 차례로 보여주었다. 가난을 견디다 지친 아내마저 크리스 부자를 떠나버렸다. 얼마 후 아들과 함께 지하철역과 노숙인 쉼터를 전전하기에 이른다. 그는 우연히 주식 중개인이라는 직업을 알게 되고, 인턴에 지원했다. 결국 정직원이 되고, 훗날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크리스 가드너가 살아온 모습을 보면 홈리스에게 필요한 것이 무언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홈리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자립, 즉 고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하다. 크리스 가드너의 경우, 홈리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가장 주된 이유는 6개월의 인턴 생활을 마친 후, 고정적인 수입을 주는 직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홈리스의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대상이 필요하다. 홈리스의 특징 중에 하나는 인간관계가 다 깨어진 것이다. 거리로 내쳐진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연락을 하거나,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다. 사랑으로 이어진 관계가 많을수록 홈리스의 어려움에서 헤쳐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크리스 가드너 같은 경우는 어려운 시기를 불굴의 의지로 헤쳐 나간 것이다. 그러나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빈곤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극소수의 영웅적 에피소드가 해결책처럼 보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빈곤의 문제를 개인의 노력으로 각자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며 그 책임을 전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홈리스가 되기 전에 고통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출처 : 블루엘리펀트 <존과 조지>


관계를 맺을 존재가 필요하다


<존과 조지>는 홈리스와 반려견의 이야기이다. 존은 300여 죄목의 유죄판결과 30여 번의 투옥 전과를 지닌 노숙인이다. 그러던 그가 조지라는 강아지를 만나면서 달라진 삶을 얻게 되었다. 길바닥을 전전하던 홈리스가 개인전을 열게 되었고, 인정받는 길거리 아티스트로 변신하게 된다.


홈리스와 함께 있는 반려견은 분명 우리에게 낯선 풍경이다. 하지만 홈리스의 강아지가 부자의 강아지보다 행복할 수도 있다. 누구보다도 많은 시간을 보호자와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은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이 다닌다. 사람은 흔히 상대방의 외모와 차림새를 보고 판단한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보호자가 어떤 모습이더라도 신뢰하고, 동행한다.


외롭게 지내던 홈리스 존과 학대의 경험을 가진 강아지 조지는 짧은 시간만에 서로에게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만약 존이 이전처럼 다시 감옥에 가게 되면 반려견 조지는 돌봐줄 사람이 없어진다. 조지에 대하여 책임감을 느끼게 된 존은 이전과 달라지기 시작한다. 존과 조지의 이야기는 홈리스들에게 관계 맺음의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려준다.


존은 가족과의 관계가 멀어지면서 홈리스로 전락하게 되었다. 조지라는 강아지와 새롭게 관계를 맺으며 재기의 발판을 맞이하게 되었다. 다시 형제들과 관계의 끈이 연결되면서 온전한 회복에 이르게 된다. 홈리스에게 거주할 공간, 경제적 수입 등 많은 것들이 필요하겠지만, 애정 어린 관계와 정서적 교감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 영화 <내 마음을 벗어난 시간>


그가 가진 사연에 귀 기울여줄 수 있다면


뉴욕 그랜드 센트럴 역 주변, 한 남자가 쓰레기통을 뒤지며 음식을 찾고 있다. 지나가던 프랑스 관광객이 피자를 한 조각 건네주었다. 그러나 쓰레기통을 뒤지던 사람은 노숙인 연기를 하던 영화배우인 ‘리처드 기어’였다. 영화 <내 마음을 벗어난 시간>(2014)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이다.


사람들은 보통 홈리스들이 우리가 일전에 알던 사람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사람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그들과 우리 사이에 선을 긋는다. 그들에게 약간의 호의를 보일 수 있지만 그들의 삶에 대하여 그다지 큰 관심은 없다.


노숙자도 한때는 평범한 가정을 지닌 우리의 이웃이었다. 그들이 길거리에 내몰린 데에는 모두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의 사연에 관심이 없다. 우리는 앞으로 전혀 그러한 상태에 처할 리가 없다 여기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있고, 우리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2003)은 홈리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다. 흰 눈이 내리던 어느 크리스마스, 3명의 홈리스는 쓰레기를 뒤지던 중 버려진 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긴’과 ‘마유키’는 아이를 경찰서에 데려다 주려한다. 하지만 ‘하나’는 아이가 하늘이 보내준 선물이라며 직접 아이의 엄마를 찾아주자고 주장한다.


세 명의 홈리스가 아이의 엄마를 찾아주는 과정에서 홈리스들이 가진 각자의 사연들과 상황이 드러난다. 그리고 관객들은 차츰차츰 그들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만나는 홈리스들에게도 거리로 내몰리게 된 데에는 각자 사연을 지니고 있다.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용서와 화해, 그리고 가족이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출처 : 영화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거리에서 잡지를 파는 아저씨를 본 적이 있나요?


<빅이슈>는 1991년 영국에서 창간한 대중문화 잡지이다. 빈곤의 문제를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하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홈리스들에게만 잡지를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 자활의 기회를 제공한다. 폴 메카트니, 데이비드 베컴, 엠마 왓슨 등 유명인들이 재능기부 표지모델로 등장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2010년 7월 창간되었다.  


서울의 주요한 지하철역에서도 빨간 옷을 입고, 잡지를 파는 분들을 볼 수 있다. 빅이슈는 권당 5,000원이고, 그중 절반인 2,500원이 판매원에게 돌아가게 되어있다. 빅이슈 판매원들은 줄여서 ‘빅판’이라 불린다. 요즘에는 ‘빅돔(빅이슈 판매 도우미)’이라고 하여 이들 곁에서 판매를 돕는 자원봉사자도 만날 수 있다.


노숙인들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집도 없고, 직장도 없고, 깨끗하지도 못 하다. 사회적으로 단절되어 있고, 투명인간 취급받기 일쑤다. 상실감과 좌절감 같은 마음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 이들에게 의식주와 관련하여 시혜를 주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들이 지닌 가능성을 믿고, 기회를 주고, 경제적 자립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일도 필요하다. 빅이슈는 거리로 내몰린 이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가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


빅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오늘 하루의 저조한 판매량이기보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홈리스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히고 용기 내어 거리에 섰는데, 냉대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찌 좌절하지 않겠는가? 재기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이 필요하다. 이 단계를 잘 이겨내고, 다시 사회로 돌아가는 선순환이 잘 이루어지도록 격려가 필요하다. 용기 낸 그들의 손을 잡아주자.


출처 : 빅이슈 코리아 <빅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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