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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Mar 22. 2017

어린 시절을 어린이답게 보낼 수 있도록

노동 현장에 내몰린 아이들이 겪는 착취에 관하여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은 ‘트리콜로’를 공식 축구공으로 정했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컬러 디자인된 축구공이라는 사실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축구공이 아동노동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문제가 되었다. 어린아이들이 저임금으로 착취당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바늘에 손가락을 찔리고, 화학약품의 독성에 노출되는 등 근무 여건도 좋지 못했다.


2021년 국제권리변호사들(IRA)은 초콜릿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기업들이 아프리카의 코코아 농장을 직접 소유한 것은 아니지만, 아동 노동 착취를 인지하고도 묵인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원고들은 16세가 되지 않았을 때, 사기에 넘어가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 농장에 끌려가 노동착취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당한 기업들은 즉각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은 채 아동노동착취에 반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2020년 세계 유명 초콜릿 기업들은 ‘하킨-앵겔 의정서’ 이행을 약속한 바 있다. 서아프리카 지역 카카오 농장의 아동노동을 70% 근절하겠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노동 현장에 내몰리는 건 ‘가난’ 때문이다. 지금도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은 집안 생계를 도우러 일터로 나가고, 부모가 진 빚에 팔려가기도 한다. 여자아이들은 어머니 대신 집안일을 하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 한다. 내전이 일어난 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소년병으로 징집되기도 하고, 자연재해가 심각한 나라에서는 식량을 구하러 다녀야 한다.



출처 :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



인도의 아동노동과 사티아르티


2014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는 인도의 아동 인권 운동가이다. 사티아르티는 원래 전자공학을 공부했었다. 어느 날 히말라야를 오르다가 아동 노동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장난감이나 동화책을 접해야 할 아이가 일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공학 박사의 길을 포기하고 아동 인권 운동에 뛰어든다.


그는 1980년에 ‘아이들을 구하자’는 뜻의 '바차판 바차오 안돌란'이라는 기구를 설립했다. 이 기구의 활동으로 수많은 어린이가 노동 현장에서 벗어났다. 아이들은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교육도 받게 되었다. 그는 아동노동을 뿌리 뽑기 위한 활동을 세계로 확대해 나갔다. 그가 조직한 ‘아동 노동을 반대하는 글로벌 행진’에는 140여 나라의 노조와 교사, 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티아르티는 국제적인 소비자 운동도 함께 벌였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니세프, 인도의 양탄자 수출 업체 등과 함께 ‘러그마크’라는 상표를 만들었다. 러그마크는 어린이의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았음을 인증하는 상표이다. 이 마크가 붙은 양탄자는 수출 시 혜택을 받는다. 1994년에 설립된 러그마크 재단이 이 상표를 감독하고 있다.


<스탠리의 도시락>(2012)는 인도의 아동노동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학교에 점심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스탠리에게는 매일같이 도시락을 나눠 주는 마음 착한 친구들이 있다. 고아인 스탠리는 삼촌의 음식 가게에서 일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에 도시락을 싸올 수 없던 것이다. 스탠리를 통해 어린 나이에도 일터로 내몰리는 인도 어린이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감독은 영화가 마칠 때 자막을 통해 인도 아동노동의 현황을 알려 주고, 이와 관련하여 후원할 수 있는 전화번호와 홈페이지를 남겨두었다.  



출처 :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



파키스탄에서 카펫을 만들던 아이, 이크발


‘세계 어린이 상’은 어린이 노벨상이라 불린다. 그 첫 수상자는 파키스탄의 이크발 마시흐였다. 파키스탄의 많은 어린이들이 벽돌 가마, 카펫 공장, 농장 같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크발도 네 살 때 카펫 공장에 팔려가 일당 1루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5원을 받고 하루 열 시간 이상을 일했다. 카펫을 만들 때 아이들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손이 작아서 정교하고 세밀한 작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던 이크발은 공장을 탈출한다. 그리고 노동으로 학대받는 어린이를 돕기 위해 결성된 단체를 찾아갔다. 이크발은 카펫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비참한 상황을 고발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로 이크발은 이 단체와 함께 노예처럼 일하는 아이들을 구하게 되었다. 이크발은 아동노동의 참상을 세상에 알렸고, 변화를 주도했다.


이크발의 활약이 커질수록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1995년 4월, 이크발은 파키스탄의 라호르시 인근 마을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총에 맞아 목숨을 잃고 말았다. 당시 이크발의 나이는 고작 열세 살이었다. 범인을 잡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카펫 산업 관련자가 배후에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이크발의 용기 있는 행동은 세계 곳곳에 알려졌다. 캐나다에 살던 킬버거 형제는 신문에서 자기 또래인 파키스탄 아이가 살해된 기사를 읽게 되었다.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리며 ‘어린이를 자유롭게’라는 의미의 청소년 자원봉사 단체 '프리 더 칠드런'을 만들었다. 교육을 통해 어린이가 어린이를 돕는 세계 최대의 청소년 자원봉사 단체로 성장했다.



출처 : 책 <난 두렵지 않아요>



세상에 내팽개친 아이들에게 구원을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2000)은 1980년대 이란 이라크의 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한다. 국경마을에 살던 가난한 쿠르드족이 주인공이다. 엄마는 막내를 낳다가 죽고, 아빠는 밀수를 하다가 지뢰를 밟고 목숨을 잃었다. 아윱은 12살 나이에 5남매의 가장이 되었다. 형제인 마디가 수술을 받지 않으면 곧 죽고 말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들은 뒤, 아윱은 밀수꾼들의 심부름꾼이 된다. 국경을 넘나드는 밀수는 국경수비대와 무장강도, 지뢰의 위협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하고 힘든 일이다.


모든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며 일을 하지만 어린 아윱은 제대로 된 품삯도 받지 못했다. 누나인 로진은 아픈 마디를 수술시키는 조건으로 시집을 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노새 한 마리로 신부값을 치렀을 뿐, 마디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윱은 신부값으로 받은 노새를 팔아 수술비를 마련하고, 이라크에서 마디를 수술시켜 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밀수 행렬에 다시 한번 합류한다.


아이들은 임금이 싸고, 국경수비대의 눈을 피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밀수업자들에게 고용된다. 오랜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자신보다 더 어린 부양가족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 아이들은 세상에서 도움을 받기보다 착취당하고, 고통받을 뿐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날이 추워지면 노새들에게 술을 먹여 밀수를 해야 했던 혹독한 추위에서 나왔다. 아이들이 맞이하는 현실은 눈보라의 혹한보다 매섭다.


한 번 아동노동에 발을 들인 아이들은 평생 가난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무엇보다 어린이의 건강을 망가뜨리고, 교육의 기회를 빼앗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을 상대로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가 어렵고, 노동 환경을 비롯한 처우 개선도 요구하기 쉽지 않다. 아이들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 적게나마 가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부모들은 학교보다는 일터로 아이들을 보내려 한다.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계속 저임금의 열악한 직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아동노동의 늪에 빠진 아이들에게는 다각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가족 전체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게 도와야 한다. 양질의 교육으로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미 직업 전선에 나가 있는 어린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돌봐주고, 나쁜 직업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보수가 아니라 가정의 회복이다. 건강한 가족이 형성된다면 아동노동과 관련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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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영화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우리나라 청소년 노동의 현실


몇 해 전 한 통신업체에서 전화상담을 하던 고3 여고생이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학생은 고객들의 휴대폰 해지를 막는 팀에서 근무했는데, 사람들은 이 팀을 ‘욕받이 부서’라 불렀다. 매일, 매주 내려오는 실적평가도 압박으로 작용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전북교육청은 해당 실습업체와 학교를 상대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IMF 위기 이후 청소년 노동은 꾸준히 증가했다. 학업을 일찌감치 포기한 경우도 있겠지만, 어린 학생들이 벌이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빈곤이 심화된 것이기도 하고, 일부는 일찍 독립하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이 주로 하는 일들은 편의점이나 배달 아르바이트이다. 이들의 지위는 취약하고 불안정하다. 사회 경험이 없기에 이용만 당하다가 월급도 떼인 채로 쫓겨나는 일도 다반사이다.  


<카트>(2014)는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다뤘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싱글맘, 청소일 하는 할머니, 취업이 안 되자 마트로 온 20대 등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을 이들이 주인공이다. 영화는 대형마트의 직원들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다가,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부터는 회사와 처절하게 맞서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영화의 대부분은 마트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지만, 아들 태영이가 겪는 편의점 에피소드가 포함되어 있다.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편의점에서 일을 시작하지만 악덕 사장을 만나 아르바이트비를 다 받지 못하고 쫓겨난다. 태영의 여자 친구는 홧김에 편의점 유리창을 깨고, 이들은 경찰서로 끌려간다. 뒤늦게 모든 사정을 알게 된 엄마는 편의점 사장으로부터 기어이 급료를 받아낸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제32조는 아동과 청소년들이 위험하거나, 교육에 방해가 되거나, 몸과 마음에 해가 되는 노동을 해서는 안 되도록 지정해 두었다. 국가는 이들이 착취당하지 않도록 충분히 관리 감독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청소년 노동의 실태를 조사하고, 인권이 침해당한 적은 없는지 감시하고, 교육과 상담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와 문화가 정착될 때, 청소년들은 정당한 자신을 몫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출처 : 영화 <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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