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
실직한 지 벌써 5개월째.
재취업은 요원한 일이 되어버렸고,
불안한 마음에 뭐든지 해보자며 시작한 자격증 준비였다.
하지만 다른 일들에 쫓겨 제대로 준비도 하지 못했고,
자격증 준비라는 부담에 눌려 다른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계속 이런 일상이 반복되는 것 같다.
생각했던 일들은 뜻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쫓기듯이 하루하루 닥치는 일들을 해낸다.
하지만 그냥 해내고 있을 뿐, 이 일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고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더더욱 없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기에 뭐라도 자꾸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것들이 그냥 시간을 버리는 무의미한 일이 되는 것은 아닐까.
늘 불안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버려지는 시간은 없고, 이 시간들이 쌓여서 열매를 맺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버텨간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만으로 버텨가기에는
현실의 짐이 무겁다.
시험 예상문제집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머리만 복잡하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음 역은 신논현역이라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내리는 문 앞에 서있으니, 차창으로 고단한 얼굴의 사내가 마주 보인다.
당신 정말 노력하며 살고 있구나.
그래도 잘 버티고 있구나.
낯익으면서도 낯선 사내를 위로하며 심호흡을 한다.
무언가에 도전한다고 집을 나서던 아빠를 위해
응원을 해주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준비를 못했으니 좋은 결과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아빠를 기다리던 아이들에게 웃으며 잘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볼 것이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