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로 가득 찬 퇴근길의 지하철.
김미영 팀장은 다섯 정거장만에 겨우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쏟아지는 잠은 그녀의 오늘 하루가 얼마나 고되었는지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김미영 팀장은 스마트폰을 열어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남겨준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
아이가 오늘 어려운 친구를 도와주어서 칭찬을 해주었으니 집에서 어머님도 칭찬을 해주셨으면 한다는 따뜻한 메시지였다.
코끝이 찡했다.
살뜰히 돌보아 주지도 못했는데, 혼자서 커 준 아이였다.
아빠의 빈자리를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씩씩하고 바르게 자란 아이였다.
오히려 엄마인 자신이 의지할 정도로 든든한 아들이었다.
그런 아이가 이제는 타인에게 칭찬을 받는 아이로
친구를 배려하는 아이로 자라주었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가만히 눈을 감으니 그동안의 시간들이 영화처럼 펼쳐졌다.
남편과의 사별.
남겨진 두 사람.
아이를 위해 요령 없이 열심히만 일했던 시간들.
아무 기술도 경력도 없던 자신이 택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연락을 하고 미움을 받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김미영 팀장은 최선을 다했고 팀장의 자리에까지 이르렀다.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이름도 숨기지 못하고 전 국민의 밉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김미영 팀장은 괜찮았다.
자신이 버텨낸 시간들을 통해
아이는 건강하게 쑥쑥 자라고 있었으니.
아이의 태권도장에 도착하니 마침 마지막 체조가 한창이었다.
엄마를 발견한 아이가 체조동작을 하며 환하게 웃었다.
봄처럼 따뜻하고 눈부셨다.
김미영 팀장과 아이는 메로나를 먹으며 함께 집으로 향했다.
장바구니에는 소박하지만 두 가족의 식탁을 채워줄 반찬거리들이 들어있었다.
아이는 메로나를 먹으랴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종알거리랴 바쁘게 입을 놀렸다.
김미영 팀장은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놀라하며 아이의 이야기에 호응해 주었다.
언제나와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일상 속에 가득 찬 행복들이 봄바람에 실려 두 사람을 살포시 안아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