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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까?

기다리면 늙고, 움직이면 성장한다

by 갓진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나아질 거야."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우리는 어려운 순간마다 이런 말을 듣고, 스스로에게도 이렇게 말하며 다독인다.


이별을 했을 때.
사업이 망했을 때.
꿈이 좌절되었을 때.


마치 시간이 지나면 눈 녹듯 모든 상처가 사라질 것처럼.


정말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줄까?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저 흘러갈 뿐이다.



비를 만났을 때


길을 걷던 두 사람이 있었다.

후두두둑.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한 사람은 가까운 처마 밑에 몸을 숨겼다.
"금방 그치겠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는 기다렸다.


하지만 빗줄기는 점점 더 세졌다.
바람이 불어 비가 사선으로 쏟아졌다.

몸이 젖어 왔고, 신발은 질척거렸다.


다른 한 사람은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머지않은 거리에 가게가 보였다.
그는 더 빠르게 움직여 우산을 샀다.

결국 그는 비를 거의 맞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길을 걸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기다림 뒤에 숨은 무기력


이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이를 ‘마음가짐(마인드셋)의 차이’라고 설명한다.


첫 번째 사람처럼 그냥 기다리는 태도를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이라고 한다.
두 번째 사람처럼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태도를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라고 한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곧 상황이 나아지겠지."
"기다리면 좋은 일이 생길 거야."


하지만 비는 원하는 때에 맞춰 멈추지 않는다.

젖은 옷은 저절로 마르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대로 젖은 채 서 있게 될 뿐이다.


반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비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은 기다리지 않고, 움직인다.

필요한 것을 찾고, 선택하고, 행동한다.


설령 처음 선택이 틀릴지라도, 빠르게 수정하며 나아간다.


그 차이가 결국 인생을 바꾼다.




이왕 젖을 바엔 뛰어나 보자


한 여자가 있었다.
아이를 홀로 키우며, 정부 보조금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생활은 빠듯했고, 우울증도 앓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기다리지 않았다.


아이가 잠든 밤, 작은 카페 구석에 앉아 글을 썼다.
낡은 노트북도 없어서, 손으로 종이를 채웠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
"이건 팔리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좋아할까요?"

거절만 열 두번.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한 출판사가 원고를 받아들였다.
그녀의 스토리는 세계적으로 5억 부 이상 팔렸다.

그녀는 괜찮아지기를 마냥 기다리지 않고, 그 시간 속에서 바삐 움직였다.


그녀는 바로,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J.K. Rowling)이다.



잘 쓰면 약, 흘려보내면 독


모든 사람에게 하루는 24시간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만드는 결과는 모두 다르다.

기다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시간은 그냥 흐를 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극복되는 것이다.


그렇다.

시간 그 자체는 아무 힘이 없다. 그저 흐르기만 할 뿐이다.


변화를 만드는 건 자신이다.


시간이 힘을 가지려면

우리가 계속 움직이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길은 잃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나는 운명을 기다리지 말고, 마중 나가려 한다.
어디쯤 왔을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달려가고 있다면 더 빨리 만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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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미용이 끝난 반려견을 데리러 4살 딸과 산책 삼아 걸어갔다.
댕댕이는 깔끔하니 예뻐졌고, 딸은 기분이 좋았고, 나는 평온했다.
… 그것도 잠시.
돌아오는 길, 비가 쏟아졌다.
급하게 편의점에서 제일 싼 투명 우산을 샀다.
한 손엔 딸, 한 손엔 강아지, 어깨로 우산을 겨우 받쳤다.

그런데 비바람이 거세지더니, 우산이 뒤집어졌다.
그냥 비를 맞는 게 나을 정도였다.

그 순간, 깨달았다.
기다려도 안 되고, 뛰어도 안 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엔 그냥 짬뽕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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