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하이, 부동산 대박 사기를 위하여

퀴노이 카야 감독. 라이징 하이

by 백승권

빅토르(데이비드 크로스)는 부동산 사기로 돈을 번다. 번 돈으로 술과 마약을 즐기고 유흥업소를 들락거린다. 번 돈으로 다시 사람을 모으고 사기 규모를 키운다. 조각난 가족과 세금에 시달렸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려 애쓴다. 사기란 결국 다름 사람의 돈을 불법적으로 가져오는 일, 어린 손녀를 위해 거주 공간을 고민하는 노인의 가산을 털면서도 빅토르와 일당들은 주저함이 없다. 약자가 악해졌을 때, 약자 앞에서 더 악랄해지더라. 너는 왜 나처럼 이렇게 못 사는데? 세상을 몽땅 속여서라도 돈을 끌어 모으면 되잖아? 도덕과 윤리에 묶지 않는다. 사회 질서를 교란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등치면서 평범한 행복으로 다가간다. 평범함이란 애초 학습된 평균의 이미지 같은 건데, 예를 들어 행복한 가족의 모습 같은 것. 빅토르에겐 엄마 아빠 사이에서 행복했던 어린 날의 기억이 없었다. 엄마가 바람피우던 현장을 아빠와 함께 목격했던 기억은 영영 지워지지 않지. 빅토르는 사기로 번 돈으로 대저택을 사고 명석하고 아름다운 부인과 귀여운 아기까지 가진다. 완성. 여기서 손 털고 합법적인 비즈니스나 공익적인 일을 했다면 TED 강사로 나왔어도 되었을 텐데. 딱 이지점에서 빅토르는 방향을 잃는다. 애초 잘못된 방향, 평범한 꿈을 이루고 다음 스텝을 고민하지 못한 상황, 빅토르는 물질적인 부를 거머쥔 기혼 수컷들이 저지르는 가장 뻔하고도 추악한 배신을 선택한다.


여기서 니콜(야니나 우제)이 빅토르를 칼로 찔렀다면, 빅토르는 최소한의 참 교육을 받은 셈 치고 인생의 결정적인 터닝포인트를 맞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 사이엔 아이가 있었고 니콜은 BMW를 몰고 아이와 함께 빅토르의 곁을 떠난다. 이미 세무서가 빅토로에게 세금 폭탄을 날린 상황, 많이도 누렸지만 빅토르의 운은 거기까지 였다. 무장 경찰이 닥치고 파티는 끝난다. 오랜 동업자, 아내와 아이, 돈까지 깨끗하게 떠난다. 빅토르는 감옥에 간다. 바닥에서 사기꾼으로 하이를 찍고 다시 바닥에 감금된다. 외모를 관리할 수 없는 환경, 덥수룩한 수염 속에서도 빅토르는 특유의 미소를 지우지 않는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범죄로 부자의 꿈을 이룬 빅토르는 더 이상 밤이슬 맞으며 돈 벌 궁리를 찾던 무일푼 청년이 아니었다. (영화니까 당연하겠지만) 드라마틱하게도 모두가 그를 용서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울고 아내가 마중 나오고 아이가 악수한다. 그의 무의식적 벽이자 기준이었던 아버지가 허망하게 사라진 후, 혈연으로 맺어진 여자들과 거리를 좁힌다. 개과천선은 없다. 화해의 판타지만이 엔딩을 장식할 뿐. 빅토르는 다시 사기를 칠 것이다. 더 교묘하고 더 악랄하게. (그가 기자 앞에서 세무서를 묘사할 때와 다른 비유겠지만) 물은 엎질러졌고 그는 결코 제대로 주어 담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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