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안 해서 일상이 전보다 행복하고 안정적인 게 아닌 전보다 행복하고 안정적이 된 이후로 트위터가 뜸해지긴 했다. 현재의 상태보다 균형이 흐트러진다면 다시 어떤 결여에 대해 여기에 쓰고 남길 것이다. 그 언젠가가 좀 더디게 오면 좋겠다. 순간의 많은 감정을 기록했고 그 덕에 지금이 있다. 김동률 리마스터링 앨범을 듣다가 뭔가가 오래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Prayer', 'Replay',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계속 듣고 있다. 구체적인 이미지나 또렷한 감정의 파편은 아니지만 그 피어오른 것들을 엮어 이렇게 쓰고 있다. 평소의 글에 경험의 증언보다 감정의 토로를 옮기는 편이라 흐릿하고 불분명하여 타인의 이입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한계라 부르기엔 지향점이나 롤모델, 기준이 약해 방향성이나 기조에 더 가깝다. 리뷰, 칼럼, 산문 등 거의 모든 비상업적인 글은 이러한 성향을 지닌다. 백지상태의 브랜드에 뭔갈 써가며 14년을 보내고 있다. 그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카피라이팅, 크리에이티브 뭐라고 부르던 모두 단어와 문장이었다. 요즘은 완결된 형태의 아이디어 제안서에 텍스트와 이미지를 온전히 모조리 홀로 담는 업무를 자주 맡는다. 첫 장부터 끝장까지 여백과 채움이 내 몫이라 '개인 창작'에 가깝게 여겨지기도 한다. 책을 만드는 기분이다. 간헐적 압박과 얕게 유지하고 있는 긴장 속에서 분주하고 흥미롭다. 퇴근길에 여기까지 쓰고 문 앞에 다다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