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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Mar 26. 2022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 쓰는 법?

조단 E. 로젠펠드 저/정미화 역.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 쓰는 법

글을 쓰다가 수학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누군가에겐 전과목 평균을 올려주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인류를 우주로 실어 나르는 비행체를 설계하는 능력. 정확하지 않으면 전혀 다른 목적지로 데려다 줄 수도 있는 세계. 조단 로젠펠드는 작가로서 그 목적지가 모든 희망을 소멸시키는 블랙홀이 아닌 만인의 뇌에 불을 켜는 황홀경에 이를 수 있도록 공식을 알려준다. 원제는 How to write a page-turner.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 쓰는 법.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들과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법, 플롯과 문장을 다루는 법 등 글쓰기를 통해 하나의 세계에 마력을 불어넣는 법을 상세하고 화려하게 안내한다. 육체적 심리적 위험 유발의 중요성을 알리고 인물에게 과거의 상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라고 채근한다. 개인과 관계에 있어 갈등을 일으키라고 닦달하고 절대 주인공을 편안히 놔두지 말라고 강조한다. 끊임없이 작동하는 불확실성의 존재를 기술적으로 이야기하고 독자와 인물 사이의 거리에 대해 말하며 모든 장면에서 불확실한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고 전한다. 주인공에게 좌절, 짜증, 두려움, 갈망 등을 유발하는 보류에 대해 말하고 목표 설정의 중요성과 형성하는 방식에 대해 세세히 전한다. 인물 설정을 위해 내면의 복잡한 감정적 정황의 중요성을 말하고 다면적인 적대 관계 설정을 통해 내적 갈등을 강조하며 인물에게 다양한 고민과 난처한 상황 등 끊임없이 괴롭혀야 한다고 지시한다. 결점에 대한 다각도의 관점과 중요도, 활용법을 이야기하고 불운, 나쁜 소식, 배신 등의 요소를 통해 독자가 지닌 모든 희망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전의 극적인 효과와 활용법에 대해 말하고 대화를 무기로 제련하는 법을 전하며 적대자 역할이 얼마나 대단하고 중요해야 하는지, 심지어 적대자가 굳이 사람일 필요가 없다고 까지 전한다. 비일상적 사건의 지위와 역할을 말하고 수차례에 걸친 강력한 전환점에 대해 마침내 찾아올 승리의 순간까지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모호함을 더하고 의례적인 말을 제거하며 행동의 지나친 세분화를 피하고 과도한 감정표출의 자제 등 쓰는 자와 읽는 자의 간극이 최대한 좁혀질 수 있도록 첨삭해준다. 장면과 배경의 역할과 설정법에 대해 말하고 문체와 문장, 동사의 활용법에 대해 전한다. 이미지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마치 연필 쥔 손을 감싸고 바른 글씨 쓰는 법을 도와주듯 상세하게 짚어준다.


조단 로젠펠드는 굳이 쓰는 자에게 희망과 격려를 안기는 데 지면을 낭비하지 않는다. 지금 안 쓰는 자와 겨우 쓰기 시작한 자의 간격을 좁혀주기보다 쓰기 시작한 자와 더 잘 쓰려고 고민하는 자 사이에 항로를 열어준다. 펜을 잡은 자에게 고민의 깊이를 더해주고 길 잃은 이야기에 다양한 이정표를 선사한다. 당장은 목적지와 길이 자욱해 보이더라도 이미 도달한 자들의 결과물(예시)을 통해 (이들이 이렇게 했듯이) 당신도 할 수 있다고(해야 한다고) 전한다. 물론 이 작법을 모두 구사할 줄 안다고 무명작가가 우주대스타가 될 확률은 높지 않을 것이다. 다만 길을 아는 자와 여전히 같은 궤도 안에서 길을 잃은 자의 다음 결과물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는 더 좋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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